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하는 고전] 머리에 못 박힌 괴물의 이름은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랍니다

입력 : 2025.09.04 03:30

프랑켄슈타인

[꼭 읽어야하는 고전] 머리에 못 박힌 괴물의 이름은 '프랑켄슈타인'이 아니랍니다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지음김선형 옮김문학동네|가격 1만1000원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거나, 아무도 내 진짜 모습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슬퍼질 때가 있죠. 만약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이해해줄 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 소개할 책 '프랑켄슈타인'은 바로 그 '단 한 명'을 간절히 원한 한 존재의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많은 사람이 놀랄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영화나 만화에서 보는, 머리에 나사못이 박힌 괴물의 이름은 사실 프랑켄슈타인이 아닙니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그를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고 정작 괴물은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버려졌어요. 이는 모든 비극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젊은 과학자 빅토르는 생명의 비밀을 밝히려는 야망을 가진 인물입니다. 연구 끝에 그는 여러 시체의 조각을 이어 붙여 새로운 생명을 창조해내지요. 하지만 막상 괴물의 흉측한 모습에 경악한 그는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버리고 도망쳐 버립니다. 피조물은 자신의 끔찍한 외모 때문에 인간들에게 혐오와 폭력의 대상이 되고 말지요.

하지만 그는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숲속에 숨어 지내며 오두막집에 사는 한 가족의 따뜻한 모습을 엿보고, 그들처럼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간절히 꿈꿉니다. 스스로 글을 깨쳐 책을 읽으며 깊이 사유하는 존재로 성장해요.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내 사람들에게 다가가지만, 돌아오는 것은 비명과 돌팔매질뿐이었습니다. 깊은 절망에 빠진 괴물은 자신을 창조한 빅토르를 찾아가 울부짖습니다. "나는 선했고, 내 영혼은 사랑과 박애로 빛났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은가? 참담하게 고독하지 않은가?"

그가 원한 것은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이해해줄 단 한 명의 동반자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빅토르는 그 요구가 더 큰 재앙을 부를까 두려워 끝내 거절합니다. 마지막 희망마저 짓밟힌 피조물은 빅토르의 가족과 친구를 살해하는 끔찍한 복수극을 벌입니다.

이 책은 생명을 창조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아 벌어지는 섬뜩한 공포를 알려줍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은 '인류 최초의 과학소설(SF)'이라는 문학사적 의미를 갖습니다. 이 소설은 1818년 발표됐는데, 저자가 200년 전부터 과학기술에 대한 경고를 보낸 셈이죠. 시대를 앞서간 이 이야기는 후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영화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같은 작품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피조물은 태어날 때부터 악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가 아담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타락한 천사가 됐다"고 탄식합니다. 어쩌면 진짜 괴물은 흉측한 외모 때문에 그를 소외시킨 인간들일지도 모릅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창조주의 시신 앞에서 홀로 남게 된 피조물은 통곡하며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나는 철저히 혼자다." 이 책은 우리 안의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이진혁 출판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