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무당 옷처럼 화려한 색깔… '독 뿜으니 날 먹지 마!'라는 경고래요

입력 : 2025.09.03 03:30

무당개구리

9월이 되면서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이곳저곳에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요. 여름내 물가에서 개굴개굴 울어댔던 개구리 친구들도 가을을 맞을 채비를 할 테죠. 오늘은 우리 토종 개구리 가운데 정말 몸 색깔이 화려한 친구에 대해 알아볼게요. 바로 무당개구리입니다. 굿을 할 때 무당들이 입고 있는 옷을 본 적이 있나요? 여러 색깔의 휘황찬란한 옷을 입고 있어요. 이 개구리는 색깔이 마치 무당의 옷처럼 화려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등 쪽은 대부분 밝은 녹색과 검은색 무늬로 돼 있어요. 반면 배 쪽은 빨강과 검은색 무늬로 돼 있고요. 이렇게 빨간 배가 마치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느낌이 드는지 영어 이름은 oriental fire-bellied toad(배에 불이 붙은 동양 두꺼비)입니다. 등 쪽 피부가 우툴두툴 부풀어 오른 게 두꺼비와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별개 종이에요. 무당개구리는 왜 이렇게 색깔이 화려할까요? 그건 '나는 위험하니 잡아먹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서래요. 무당개구리는 놀라거나 위협을 느끼면 발라당 누워 빨간 배를 드러내거든요.

무당개구리는 등 쪽은 밝은 녹색, 배 쪽은 빨간색을 띠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무당개구리는 등 쪽은 밝은 녹색, 배 쪽은 빨간색을 띠고 있어요. /위키피디아
실제로 무당개구리에게는 독이 있답니다. 피부에서 '봄비닌 펩타이드'라는 분비물이 나오는데 어린이가 만졌을 경우 피부에 통증이 오거나 눈이 충혈될 수 있는데,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래요. 유럽에도 무당개구리 무리가 살고 있는데 등 색깔이 갈색이거나 배 색깔이 노란색이어서 우리나라 무당개구리와는 차이가 있어요.

무당개구리는 알도 여느 개구리와 다른 방식으로 낳는답니다. 많은 개구리는 알을 커다란 덩어리 형태로 낳죠. 무당개구리는 한 배에 서른 개에서 많게는 150개가량의 알을 낳는데 한꺼번에 산란하지 않고, 조금씩 나눠서 보통 5~20개씩 이곳저곳 알 덩어리를 붙여 놓아요.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들은 뒷다리가 나올 때 즈음이면 특유의 검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해요. 그리고 완전히 개구리가 되어서야 빨강·초록의 화려한 색깔을 갖게 된답니다.

무당개구리는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어요. 1990년대부터 '항아리 곰팡이' 균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무려 200종이나 되는 개구리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대요. 개구리들은 대개 피부로 숨을 쉬는데, 항아리 곰팡이는 개구리의 피부 조직을 파고 들어가 결국 질식하게 하죠. 개구리들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일이 발생하자 전 세계 생물학자들이 유전자를 분석해 이 병균이 퍼진 경로를 추적했어요. 2018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놀랄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바로 우리나라가 병균이 퍼져나간 발원이었다는 거예요.

20세기 초·중반 우리나라 무당개구리가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아 외국으로 보내졌는데 이를 계기로 항아리 곰팡이가 퍼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무당개구리는 항아리 곰팡이에 내성을 가지고 있어서 생존에 타격을 입지 않았대요.

도움말= 유나경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 복원센터 전임연구원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