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달콤한 간식 뒤 짭짤한 과자 당기는 건… 중독 아닌 과학

입력 : 2025.09.02 03:30

'단짠단짠'의 원리

여름에는 시원한 빙수와 아이스크림이 생각나고, 겨울에는 따뜻한 라면이나 군고구마가 떠오르지요. '말도 살찐다'는 가을에는 식욕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지는 건 흔한 일이죠. 그런데 밥을 먹고 나면 갑자기 달콤한 디저트가 먹고 싶고, 달콤한 음식을 먹고 나면 또 짭짤한 음식이 당기지 않나요? 사람들이 흔히 '단짠단짠'이라고 부르는 이 입맛의 흐름은 단순히 기분 탓일까요? 과학자들은 그 이유가 바로 우리 몸속에서 움직이는 원소들과 관련 있다고 말해요. 오늘은 단짠단짠 속에 숨어 있는 원소들의 비밀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밥, 빵, 떡, 라면과 같은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탄수화물이 듬뿍 들어 있다는 거예요. 탄수화물은 아주 간단한 원소들의 조합이에요. 탄소(C), 수소(H), 산소(O) 세 가지 원소가 만나서 만들어진 물질이거든요.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연료예요. 자동차가 기름을 넣고 달리듯,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태워서 힘을 얻지요. 하지만 탄수화물은 크기가 너무 커서 연료로 바로 쓸 수 없어요.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몸속 소화 기관이 그 안의 탄수화물을 잘게 부숴 작은 조각으로 바꿔줘요. 그 조각이 바로 '포도당'이랍니다.

[재미있는 과학] 달콤한 간식 뒤 짭짤한 과자 당기는 건… 중독 아닌 과학
몸속의 에너지, 포도당

포도당은 탄소 6개, 수소 12개, 산소 6개가 규칙적으로 연결된 물질이에요. 우리 몸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죠. 우리는 포도당을 밥이나 빵처럼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섭취해서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포도당을 직접 먹으면 단맛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래서 달콤한 초콜릿이나 사탕같이 설탕이 많은 음식에도 포도당이 들어 있답니다. 참고로 '포도당'은 과일 포도에도 많이 들어있는데, 포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포도당'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답니다.

포도당은 우리 몸속에서 아주 중요한 일을 맡고 있어요. 생각을 하거나 공부에 집중할 때는 뇌세포가, 달리기나 축구를 할 때는 근육세포가 포도당을 에너지로 사용하지요. 만약 우리 몸속에 포도당이 부족하면 우리는 금세 지치고 움직이기 어려워진답니다. 그래서 포도당은 혈액을 따라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요. 하지만 혼자서는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이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인슐린'입니다.

인슐린은 포도당이 우리 몸속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포도당은 힘을 내는 데 꼭 필요하지만, 세포막을 뚫고 혼자 세포 속으로 들어갈 수 없어요. 그래서 인슐린이 택배 기사처럼 나서서 포도당을 세포 속까지 안전하게 배달해 줘요. 만약 인슐린이 없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포도당은 명절날 물류센터에 물건이 꽉 차 있는 것처럼 혈액 속에 쌓여버려요. 인슐린은 우리 몸이 에너지를 제대로 쓰게 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죠.

밥 먹은 뒤 왜 달콤한 간식이 생각날까?

점심을 먹고 난 뒤 오후 시간엔 달콤한 간식이 생각날 때가 있어요. 왜 그럴까요? 먼저, 밥을 먹는 것 자체가 단맛을 찾게 만들어요. 밥 속의 탄수화물은 소화되면서 포도당으로 바뀌고, 인슐린이 이 포도당을 세포 속으로 배달해 줍니다. 특히 뇌는 포도당을 가장 좋아해서, 밥을 먹은 뒤에도 "더 강한 단맛이 필요해!"라는 신호를 보내요. 그 결과, 밥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단맛을 주는 디저트를 찾게 되는 것이지요.

둘째,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를 쓰면 저장해둔 포도당이 줄어듭니다. 세포 안에 들어간 포도당은 에너지로 쓰이고, 일부는 간이나 근육에 저장되지요. 뇌가 열심히 일하거나 몸을 움직이면 저장된 포도당이 소모돼요. 그러면 몸은 "포도당이 부족해!"라는 신호를 보내고, 우리는 또다시 달콤한 간식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신호를 받은 우리는 "달콤한 디저트가 당기는걸" 하는 마음이 들게 되는 거예요.

달콤한 음식 다음엔, 왜 짠 음식일까?

그런데 밥도 먹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먹은 뒤에, 이상하게 짭짤한 음식이 당길 때가 있지요.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걸까요?

우리 혈액 속에는 포도당뿐만 아니라 나트륨(Na)과 칼륨(K) 같은 원소도 함께 들어 있어요. 이 원소들이 늘 일정한 비율로 유지돼야 몸이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지요. 그런데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 혈액 속에 포도당이 많아져 몸속 원소들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어요.

그러면 몸은 이제 나트륨(짠맛)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요. 그 결과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는 짭짤한 감자칩 등이 생각나는 것이지요. 즉, 단맛 뒤 짠맛이 당기는 건 단순히 취향이나 입맛이 아니라, 몸속 원소들이 균형을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반응과도 연관이 있답니다.

단짠단짠, 멈출 수 없는 고리

반대로 짭짤한 음식을 먹으면 나트륨이 많아져 이번에는 단맛을 원하게 됩니다. 여기엔 뇌의 보상 체계도 큰 역할을 합니다. 뇌는 단맛이 주는 즐거움에 금세 익숙해져 이번엔 또 다른 자극(짠맛)을 찾으려고 하죠.

결국 우리가 '단짠단짠'의 고리에 빠지는 것은 내 몸속 원소들이 보내는 신호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하는 사실이 있어요. 단짠단짠 음식은 계속 먹다 보면 열량과 나트륨 섭취가 늘어나 건강에 좋지 않죠. 즐기되,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합니다.

이동훈 작가·'대충 봐도 머리에 남는 어린이 원소 상식' 저자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