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인간의 욕구는 왜 끝이 없을까 5가지 단계로 심리 설명했죠

입력 : 2025.09.02 03:30

매슬로의 욕구 단계론

'나다움'을 느끼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밥을 먹고 배가 부를 때, "아 정말 나다운 순간이야!" 감탄하게 되던가요? 만약 그렇다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이는 고통이 없는 상태일 뿐, 내가 진정 누구인지 드러나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물론, "저는 배고프지 않은 상태이기만 하면 충분해요!"라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인간은 여느 동물과 다릅니다. 기본적 욕구가 채워지면 금세 다른 욕망이 꿈틀거리지요. 먹고살 만하면, 혹시 지금의 상태가 무너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스멀거릴 거예요. 충분히 안정된 삶을 꾸리게 됐다면, 이번에는 외로움이 찾아듭니다. 친구나 마음 기댈 이들이 절실해져요. 친구들이 충분히 많아지면 행복할까요? 그렇지 않답니다. 자신이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인정받고 싶은 바람 때문에 괴로워질 테니까요. 이렇듯 인간의 욕망은 채워질수록 그 이상의 욕구가 또다시 피어납니다.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에이브러햄 매슬로<사진>는 우리의 욕망이 어떻게 연이어 일어나는지 잘 설명해 준 미국의 심리학자예요. '욕구의 5단계 이론'으로 잘 알려져 있죠. 매슬로가 쓴 책 '존재의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욕망은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감의 욕구, 인정의 욕구 순으로 이어집니다. 앞선 갈망이 제대로 채워져야 뒤의 욕망도 오롯이 자리 잡습니다. 예컨대, 잔뜩 굶주린 상태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식량을 구하러 나서게 되지요. 생리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안전의 욕구를 포기하는 셈입니다.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지요. 의심과 경계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몸에 비타민이 부족하면 영양제를 먹어야 하듯, 결핍된 욕망이 있다면 부족함을 메워줘야 해요. 매슬로가 이런 욕구들을 '결핍 욕구'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모두를 채웠다 해도 삶이 여전히 헛헛할 수 있어요. 재벌이나 성공한 연예인도 우울하고 어두운 경우가 드물지 않으니까요. 매슬로는 사람에게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데요, 이는 앞서 말한 욕구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그야말로 '자기답고 싶은 욕망', 말 그대로 자아를 실현하고 싶은 욕망이지요. 매슬로는 이를 '존재 욕구'라 부릅니다.

그럼 자아실현의 욕구는 어떻게 느껴지고, 채울 수 있을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에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해 빠져 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모든 걱정이 사라진 채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에만 집중하게 되는 황홀함을 느껴보지 않았나요? 이를 매슬로는 '절정 경험'이라 부른답니다. 그런 순간이 많을수록 내 인생도 더 온전하고 자기다우며 인간적으로 바뀌어 나가겠지요.

이제 스스로 물어보세요. '지금 내 하루를 움직이는 욕구는 무엇일까?' '자아실현을 이루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질문들을요. '존재의 심리학'에는 이에 대한 혜안이 담겨 있답니다. 천천히 읽으며 좋은 삶을 꿈꿔 보시기 바랍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