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이 세상이 '책 속 세계'였다면? 3000년 철학사 따라 떠나는 모험
입력 : 2025.08.28 03:30
소피의 세계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장영은 옮김|출판사 현암사|가격 2만 7000원
모든 것은 열네 살 소녀 '소피'에게 도착한 작은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됩니다. 보낸 사람의 이름도, 우표도 없는 낯선 봉투. 쪽지에는 단 하나의 질문만이 적혀 있었죠. "너는 누구니?" 이어서 도착한 두 번째 편지는 또 다른 거대한 물음을 던집니다. "세계는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인류가 수천 년간 씨름해 온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지요.
이 두 가지 물음은 소피를, 그리고 책을 읽는 우리를 3000년에 걸친 서양 철학의 역사 속으로 안내합니다. 정체불명의 철학자 알베르토 크녹스가 보내는 편지를 따라, 독자는 소크라테스·플라톤과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에서 데카르트를 거쳐 현대 철학자인 사르트르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상가를 차례로 만나게 됩니다.
책은 추상적인 개념을 쉽고 기발한 비유로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설명하면서는 '과자 틀의 비유'를 사용합니다. 똑같은 모양의 과자를 무한히 찍어낼 수 있는 과자 틀이 바로 변치 않는 '이데아'이고, 우리가 눈으로 보는 각각의 과자는 우리가 보는 '현실 세계'라는 것이죠.
이 책이 단순한 철학 입문서와 다른 점은 이야기의 형식입니다.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전개되며, 소피의 철학 수업이 깊어질수록 주변에서 기묘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소피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실제 현실이 아니라 누군가의 '책 속 세계'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죠. 이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진짜 현실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과거 철학자들의 사상을 따라가며 고민하는 일은 곧 오늘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스스로 살아갈 토대를 마련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고등학교 철학 교사 출신 저자는 철학을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으로 바라봤습니다. 자신이 책 속의 등장인물임을 깨달은 소피가 책 속 세계에서 탈출을 감행하는 여정은 우리 역시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용기를 줍니다.
이 책은 출간 이후 60여 개 언어로 번역되고 40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철학 소설이 되었습니다.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이유는 이 책이 우리 모두에게 생각하는 즐거움을 되찾아줬기 때문일 거예요. 세상이라는 거대한 수수께끼 앞에서 다시 질문을 던질 용기, 그것이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