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고사성어] 천하 통일한 진나라 군 기세처럼…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모습 뜻하죠

입력 : 2025.08.26 03:30

파죽지세

[뉴스 고사성어] 천하 통일한 진나라 군 기세처럼…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모습 뜻하죠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내외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입장 대기 줄이 장사진을 이루더니, 올해 방문객만 이미 400만명을 넘었고 굿즈 판매량도 증가했지요.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외에도 음악, 영화, 음식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가 크게 오른 덕분입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이 가히 '파죽지세'라 할 만합니다. 파죽지세는 대나무를 쪼개는 것처럼 거침없는 기세를 가리킵니다. 이 말은 고대 중국의 '삼국지'와 관련이 있어요.

삼국시대의 세 나라는 위(魏), 촉(蜀), 오(吳)입니다. 삼국이 서로 견제하면서 대치했던 천하삼분(天下三分)의 시기를 거치고 유비(劉備)가 세운 촉이 가장 먼저 멸망했습니다. 그리고 위나라의 사마염(司馬炎)이 나라를 차지해 진(晉)나라를 세웠습니다. 이제 진나라와 오나라가 남아 대립하는 형국이 됐습니다.

사마염은 '두예'라는 이름의 장군에게 오나라와의 결전을 준비하라고 명령합니다. 두예가 부하 장수들과 작전을 세우는데, 한 부하가 먼저 의견을 냈지요. "조만간 여름이 다가옵니다. 장맛비가 내리면 강물이 넘쳐흐르고, 그러면 수질로 인한 전염병이 돌기 쉽습니다. 그러니 겨울까지 기다렸다가 크게 치고 들어가야 합니다." 곧 닥칠 장마와 전염병이라는 위험 요소가 있으니 때를 기다렸다가 진군하자는 말이었습니다.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이 말을 듣고 두예가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 군대는 사방에 위세를 떨치고 있다. 비유하자면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와 같다. 대나무는 마디를 갈라서 칼을 갖다 대기만 하면 완전히 쪼개져서 더 이상 손쓸 필요도 없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군대의 기세가 절정인데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결국 두예는 군대를 이끌고 오나라의 수도를 향해 진격합니다. 두예의 군대가 닿는 곳마다 적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겨울까지 기다리자고 했던 부하는 두예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보고, 사과의 편지까지 썼습니다. 결국 오나라 왕은 항복했고, 진나라는 삼국시대의 분열을 마감하고 천하를 통일합니다.

대나무는 구부러지기는 해도 잘 부러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의지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굳건한 것을 '대쪽(대나무를 쪼갠 조각) 같다'고 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자르기 어려운 대나무도 마디 부분을 칼로 내리치면 세로로 난 결을 따라 단번에 동강이 납니다. 두예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흐름을 놓치지 말고 거침없이 몰아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채미현 박사·'상식 밖의 고사성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