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잎이 진 뒤에서야 꽃 피워… 서로 만날 수 없어 그리움 상징하죠
입력 : 2025.08.25 03:30
상사화
요즘 공원·화단 등 여기저기에 연분홍 꽃이 곱기도 한 상사화가 피어 있습니다. 상사화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을 볼 수 없는 특이한 식물입니다. 봄에 잎이 나오고 성장하면서 꽃이 핀 다음 가을에 열매를 맺는, 일반적인 식물의 패턴과는 다릅니다. 상사화는 봄에는 잎만 나와 6~7월쯤 말라 떨어지고, 8월쯤 꽃대만 올라와 꽃을 피웁니다. 꽃대 끝에 연분홍 꽃 4~8송이가 뭉쳐 피는 형태입니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해 그리워한다고 해서 이름이 상사화(相思花)입니다.
서양인들에겐 잎이 진 다음 갑자기 땅에서 꽃대가 솟아나 더없이 아름답고도 독특한 꽃을 피우는 모습이 놀라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상사화 영어 이름은 '서프라이즈 릴리(Surprise lily·깜짝 백합)'입니다.
서양인들에겐 잎이 진 다음 갑자기 땅에서 꽃대가 솟아나 더없이 아름답고도 독특한 꽃을 피우는 모습이 놀라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상사화 영어 이름은 '서프라이즈 릴리(Surprise lily·깜짝 백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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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분홍색 상사화 꽃이 피었어요. 상사화는 잎이 다 떨어진 다음 꽃이 핀답니다. /김민철 기자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상사화는 꽃이 아름답지만 결실을 맺지 못합니다. 우리가 보는 상사화들은 자연적으로 씨가 떨어져 자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알뿌리를 쪼개 심어준 것입니다. 여러 가지로 마음을 짠하게 하는 상사화 스토리입니다.
이금이의 장편 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에는 상사화가 참 인상적으로 나옵니다. 이 장편 동화는 미르, 소희, 바우 등 세 결손 가정 아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며 커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중 바우는 어려서 엄마를 잃고 '선택적 함구증'에 걸렸는데, 바우 아버지는 엄마 산소 옆에 상사화를 심었습니다. 바우는 자기 가족이 만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상사화 같다고 생각합니다.
상사화가 질 무렵, 그러니까 초가을에 상사화 비슷한 모양에 진한 붉은색으로 피는 꽃이 있습니다. 이 꽃은 석산으로, 꽃무릇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일부에서 이것도 상사화라고 부르지만 상사화가 따로 있으니 잘못된 호칭입니다.
석산도 잎과 꽃이 동시에 피지 않는 점은 상사화와 같습니다. 상사화는 봄에 새잎이 나지만, 석산은 가을에 새잎이 돋아나 겨울을 납니다. 석산은 사찰 주변에 많이 심는데, 전남 영광 불갑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이 석산 군락으로 유명합니다. 탱화(불교 그림)를 제작할 때 석산 알뿌리 전분을 방부제로 쓴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위도상사화(전북 위도), 제주상사화(제주), 백양꽃(내장산 일대), 붉노랑상사화(전북, 충남 등), 진노랑상사화(전북, 전남) 등 우리나라의 특정 지역에만 분포하는 상사화 종류도 있습니다. 광릉 국립수목원에 가면 이런 다양한 상사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