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명화 돋보기] 삶의 유한함·부의 상징… 화가들이 즐겨 사용한 소재였죠
입력 : 2025.08.25 03:30
시계
지난 6일은 전 세계적으로 평화를 기리는 날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습니다.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든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탄이었죠. 그날 히로시마의 시계들은 8시 15분을 가리키며 멈춰 버렸습니다. 지금도 히로시마 평화기념자료관에는 그날 멈춘 시계들이 전시돼 있지요. 이 시계들은 전쟁의 무모함과 핵무기의 끔찍함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며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상징하는 유물이 됐습니다.
시계는 그림 속에도 자주 등장하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도구를 넘어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거든요. 유한한 삶을 뜻하기도 하고, 꿈속 경험이나 과거의 기억을 나타내기도 해요. 오늘은 그림 속 시계를 찾아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시계는 그림 속에도 자주 등장하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도구를 넘어 다양한 의미를 품고 있거든요. 유한한 삶을 뜻하기도 하고, 꿈속 경험이나 과거의 기억을 나타내기도 해요. 오늘은 그림 속 시계를 찾아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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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토니오 데 페레다의 '허영의 알레고리'(1636). 캔버스에 오일. 그림 하단부에 그려진 모래시계는 삶의 유한함과 덧없음을 나타냅니다. /빈 미술사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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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수아 부셰가 그린 '식사 시간'(1739). 캔버스에 오일. 벽에 걸린 화려한 시계는 호화로움을 표현하는 장치로 사용됐어요. /루브르 박물관
<작품 1>은 스페인 화가 안토니오 데 페레다(1611~1678)가 그린 '허영의 알레고리'예요. 알레고리(allegory)란 눈에 보이는 사물 너머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짐작하게 하는 기법인데, 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기법 중 하나입니다. 그림에선 세속적인 욕망을 상징하는 화려하고 값진 물건들로 '허영'을 표현합니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므로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진다고 해도 결국 헛되고 덧없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지요.
그림 속에서는 날개 달린 천사가 손가락으로 지구본을 가리키고 있고, 그 옆에는 작은 시계탑 모형이 놓여 있습니다. 이는 인간 세상과 시간이 가진 속성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탁자 위에는 여러 물건이 펼쳐져 있는데, 갑옷과 무기는 전쟁에서의 승리와 명예를, 금화와 보석은 풍족한 재물을 상징합니다. 왼편엔 해골들이 보여요. 이는 언젠가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을 암시하지요.
그림 중앙 하단부에는 검은색 모래시계가 보입니다. 모래가 전부 아래로 떨어져 있지요. 어떤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끝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모래시계와 시계탑은 권력이나 돈으로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흐름, 그리고 인간의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시계 자체가 부와 허영을 보여주는 물건으로 등장하는 그림도 있어요. <작품 2>는 프랑스 루이 15세 시대에 베르사유궁에서 활동했던 화가인 프랑수아 부셰(1703~1770)의 작품입니다. 부유한 저택에서 젊은 귀부인 두 명이 아이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지요. 벽에는 금빛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벽시계가 걸려 있고, 아침 8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18세기에 시계는 값비싼 사치품이었기 때문에 집에 벽시계를 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부자라는 뜻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집에 시계가 없어서, 시간을 알려면 교회나 시청, 광장의 시계탑을 바라봐야 했지요.
이 집의 식탁과 방을 보면 귀족의 생활이 얼마나 호화로웠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집사가 들고 있는 은주전자, 칠기 탁자 위에 놓인 도자기 그릇, 당시 아무나 맛보기 어려웠던 귀한 음료인 커피나 코코아, 뒤쪽 벽을 가득 채운 큰 거울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값비싼 물건들입니다. 화가는 이처럼 고급 사치품들을 장면 속에 배치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귀족 생활을 부러워하게 만들었습니다. 18세기에 시계는 벽시계와 탁상시계뿐 아니라, 상류층 남자들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회중시계까지 모두 대표적인 사치품이었습니다. 당시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이런 사치품들이 사람들의 허영심을 부추긴다며 경계하라고 충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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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 마그리트의 '시간을 꿰뚫다'(1938). 캔버스에 오일. 벽난로를 뚫고 나오는 기차를 통해 다른 차원의 시간이 교차된 듯한 장면을 표현했습니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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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바도르 달리가 그린 '기억의 지속'(1931). 캔버스에 오일.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시간과 죽음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뉴욕 현대미술관
20세기 초반, 화가들은 꿈과 무의식의 세계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중에서도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시간의 의미를 아주 특별하게 표현했습니다. <작품 3>은 벨기에 출신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작품인데,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신비로운 상상을 담고 있지요.
그림 속 벽난로 위에는 지금 이 순간을 보여주는 시계가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막힌 벽난로 벽을 뚫고 기차가 달려 나오고 있어요. 이 기차는 현실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온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기억을 통해 시간을 되찾습니다. 분명히 잊은 것은 아닌데, 평소에는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들이 있지요. 그런데 음악 소리, 향기, 대화 등을 통해 그 기억이 갑자기 생생하게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마치 과거가 현재로 되돌아온 것처럼요.
이때가 바로 무의식 속에 가라앉아 있던 '시간을 되찾은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그리트는 바로 이런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 그것을 시간 여행처럼 신비롭게 그려낸 것이지요.
<작품 4>는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의 대표작 '기억의 지속'이에요. 달리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던 시간과 죽음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에는 모두 네 개의 시계가 등장합니다. 중앙에는 마치 눈을 감고 잠든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얼굴 형상이 보이고, 그 주위 시계들은 치즈가 녹아내리듯 축 늘어져 있습니다. 이는 무의식 세계에 있는 기억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탁자 위에 걸쳐진 시계에는 파리 한 마리가 앉아 있고, 옆에 놓인 회중시계에는 개미들이 몰려 있습니다. 파리는 썩은 음식에 날아들고, 개미 떼는 죽은 곤충 주위로 순식간에 모여들지요. 그러니 파리와 개미가 달라붙은 시계는 오래된 기억, 즉 시간이 멈춘 채 현재로 이어지지 못하는 과거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달리가 그린 이 시계들은, 마치 히로시마에서 멈춘 시계처럼 시간의 흐름이 끊어진 채 과거 속에 고여 있는 기억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