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3일간 사투로 얻은 고기 빼앗긴 어부 "그래도 인간은 패배하지 않는다"
입력 : 2025.08.21 03:30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김욱동 옮김|민음사|가격 8000원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경험이 있지요. 시험공부를 몇 주 동안 했는데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한다든가, 운동 경기에서 끝까지 뛰었지만 결국 패배하고 마는 순간처럼요. 그럴 때는 힘이 빠지고,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바로 그런 질문 앞에 선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고전입니다.이야기의 주인공은 쿠바의 늙은 어부 산티아고입니다. 그는 무려 84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며 비웃었지요. 하지만 노인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85일째 되는 날,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유일한 존재인 소년 마놀린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넓은 바다로 나아갑니다.
노인은 마침내 그의 조각배보다도 훨씬 큰 청새치와 마주칩니다. 그때부터 꼬박 사흘에 걸친 사투가 시작됩니다. 노인은 손이 베이고,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면서도 낚싯줄을 놓지 않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청새치를 정복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는 "너보다 크고, 아름답고, 침착하고 고결한 놈은 보지 못했구나"라며 존경심을 표하지요.
긴 싸움 끝에 그는 마침내 청새치를 잡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곧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이 몰려와 청새치를 갉아먹기 시작합니다. 노인은 작살, 칼, 노, 심지어 배의 키까지 뽑아 싸우지만 결국 항구에 돌아왔을 때 남은 것은 뼈뿐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헤밍웨이는 이 지점에서 이렇게 말하지요.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이 소설의 감동은 힘든 과정을 끝까지 버티고 견뎌낸 노인의 태도에 있습니다. 그는 운이 없다고 세상을 탓하지 않았고,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고통 속에서도 존엄성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는 바다를 '어머니'처럼 여기며 자연의 섭리를 겸허히 받아들였습니다.
무엇보다 산티아고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힘들 때에도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마놀린을 떠올렸습니다. 마놀린의 존재는 노인에게 다시 돌아가야 할 세상이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마지막에 산티아고는 지쳐 잠들며 꿈을 꿉니다. 꿈속에는 젊은 시절 보았던 아프리카의 사자들이 나타납니다. 늙고 지친 그의 몸과 달리, 사자는 힘과 용기의 상징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거대한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항해와 같을지 모릅니다. 때로는 오랜 노력에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때로는 상상도 못 한 시련이 모든 것을 앗아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소설은 우리에게 진정한 승리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취나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 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과 세상을 존중하며,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