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408] ‘잊히다’와 ‘잊혀지다’

입력 : 2025.08.20 03:30
[예쁜 말 바른 말] [408] ‘잊히다’와 ‘잊혀지다’
책이나 기사 제목을 보면 '잊혀진'이라는 표현이 정말 자주 보입니다. '잊혀진 독립운동가' '잊혀진 도시' '잊혀진 명작' 등이 있지요. '잊혀진'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문학적 표현으로는 허용되지만 이는 표준어 규정상 틀리는 표기입니다.

'잊히다'라는 말은 '잊다'에 피동 접사 '히'가 붙은 말이에요. 이미 피동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다시 '-어지다'를 붙여서 '잊혀지다'라고 쓰면 '이중 피동'이 됩니다. 그래서 '잊혀진' '잊혀지지' '잊혀졌다'가 아니라 '잊힌' '잊히지' '잊혔다'와 같이 써야 합니다.

비슷한 예도 많습니다. '닫히다'가 맞는 말인데 '닫혀지다'라고 쓰기도 하고, '쓰이다'를 '쓰여지다'라고 쓰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표현들은 다 이중 피동이라 맞춤법상으론 엄연히 틀리는 말이에요.

하지만 모든 '-어지다'가 틀리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휘어지다'는 맞는 표현이에요. '굽혀지다' '숙여지다' 같은 말도 틀리는 게 아니에요. '굽히다' '숙이다'는 원래 피동사가 아니니까 이중 피동이 아니거든요.

[예문]

―평범했던 시골 마을이 폭우와 산사태로 파묻히면서 '잊힌 마을'로 변했다.

―성벽 내부 골목길은 살짝 휘어졌는데 바람이 좀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