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클래식 따라잡기] 18세기 伊장인의 걸작… 한 대 180억원 하는 '명품 현악기'죠
입력 : 2025.08.18 03:30
스트라디바리우스
최근 세계 음악계에서 'TV쇼 진품명품'에 나올 법한 일이 벌어졌어요.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니무라 에이진(55)이 소장한 1707년산(産)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실은 독일 나치 시대에 강탈당해 사라졌던 독일 유대인 부호의 악기라는 주장이 제기된 겁니다.
1933년 집권한 나치는 유대인 재산과 사업을 강탈했어요. 그 과정에서 독일 유대인 은행가인 멘델스존 본케 가문이 소장하던 1709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멘델스존 본케 가문은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의 친척이에요.
2차 대전이 끝난 뒤 멘델스존 본케 가문은 이 악기를 되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종적이 묘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악기와 니무라 에이진이 소장한 악기가 생김새·색깔은 물론, 흠집까지 같다는 주장이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된 겁니다. 유네스코 평화 대사로도 활동하는 니무라 측은 "정당하게 악기를 구입했다"면서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과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어떤 악기이길래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걸까요.
1933년 집권한 나치는 유대인 재산과 사업을 강탈했어요. 그 과정에서 독일 유대인 은행가인 멘델스존 본케 가문이 소장하던 1709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자취를 감추게 됐습니다. 멘델스존 본케 가문은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의 친척이에요.
2차 대전이 끝난 뒤 멘델스존 본케 가문은 이 악기를 되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종적이 묘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악기와 니무라 에이진이 소장한 악기가 생김새·색깔은 물론, 흠집까지 같다는 주장이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된 겁니다. 유네스코 평화 대사로도 활동하는 니무라 측은 "정당하게 악기를 구입했다"면서 억울하다는 반응입니다. 과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어떤 악기이길래 이렇게 화제가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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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아네조피 무터는 1703년산과 1710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2개를 직접 소장하고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스트라디바리·과르네리·아마티 같은 현악기 제작 명가들이 밀집했던 본산은 이탈리아 북부의 크레모나입니다. 16세기 현악기 제작 명인인 안드레아 아마티가 이 도시에서 공방을 낸 것이 출발점입니다. 아마티가 1564년 프랑스 왕실의 주문을 받고 샤를 9세를 위해서 제작한 바이올린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바이올린'으로 꼽히지요. 이 때문에 크레모나는 '바이올린의 출생지'로도 불립니다.
이탈리아 현악기 공방은 평양냉면집의 계보와도 닮은 구석이 있습니다. 안드레아 아마티는 두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주었고, 대를 이어가면서 유럽 최고의 현악기 공방으로 자리 잡았지요. 하지만 17세기부터 안드레아 과르네리와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같은 명인도 저마다 독자적인 공방들을 차렸습니다. 요즘 말로는 크레모나가 이탈리아 현악기의 '실리콘밸리'가 된 셈이죠.
지금도 크레모나에서는 160~200여 공방이 전통적인 수작업 방식의 현악기 제작 전통을 잇고 있어요. 크레모나 공방들은 2012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됐습니다. 크레모나 악기 제작자 협회의 회원 가운데 한 명이 한국 여성 바이올린 제작자 안아영(33)씨입니다.
크레모나가 현악기 제작의 본산으로 부상한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이탈리아 북부 지역을 가로지르는 포(Po)강 유역에 있기 때문에 물류에 유리하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지요. 알프스산맥의 악천후를 뚫고 자라난 가문비나무와 단풍나무 등을 포강의 강줄기를 따라서 크레모나로 수송했고, 결과적으로 목공업·가구업·현악기 제작업 등이 일찍부터 발달했습니다. '크레모나 바이올린 기행'을 펴낸 영국 작가 헬레나 애틀리는 "알프스산맥에서 베어낸 목재를 싣고 남하하는 너벅선(너비가 넓은 배)의 뱃길이 바로 포강"이라고 설명합니다.
현악기 제작이라는 '하드웨어'와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이라는 '소프트웨어'의 결합도 현악기의 수요 증가와 공급 확대라는 선순환을 낳았습니다. 특히 몬테베르디·코렐리·비발디 등 17~18세기 이탈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만개한 바로크 음악은 바이올린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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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2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옛 소장자의 이름을 따서 ‘레이디 블런트’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이 바이올린은 2011년 자선 경매에서 1000만파운드(약 188억원)에 낙찰됐습니다(왼쪽). 17~18세기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현악기 제작자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의 모습을 후대에 그린 상상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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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기아자동차에서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무상으로 대여받아 2023년부터 연주하고 있지요. 고가의 현악기들은 대기업·재단 등에서 소유하고 연주자에게 대여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뉴시스
특히 스트라디바리의 라틴어식 표기인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최고의 명품 현악기를 뜻하는 말이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줄인 말이 '스트라드'입니다. 17~18세기 활동한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평생 1100여 개의 현악기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 가운데 바이올린이 960여 개로 가장 많지만, 비올라·첼로 같은 다른 현악기도 만들었습니다. 이 중 지금까지 650여 개의 현악기가 전해지고 있지요.
이 때문에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 같은 고악기들은 지금도 경매 시장에 나올 때마다 연일 최고가 기록을 경신합니다. 지난 2011년 자선 경매에서 172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000만파운드(약 188억원)에 낙찰됐습니다. 역대 경매 최고가였던 이 판매금은 같은 해 동일본 대지진 참사 희생자를 돕기 위한 일본 음악 재단의 구호 기금으로 쓰였다고 해요. 지난 2월에도 19세기 독일 전설적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이 사용했던 171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가 1130만달러(약 157억원)에 팔렸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저자인 영국 작가 토비 페이버는 "현악기의 가격은 희소성과 '나이(age)'가 결합하면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다"고 했죠.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 같은 악기를 유명 연주자들이 사용하면서 악기에 '별명'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171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는 19세기 러시아 첼리스트 다비도프(1838~1889)의 이름을 따서 '다비도프 스트라디바리우스'로 불려요. 이 첼로는 영국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를 거쳐서 지금은 중국계 미국 첼리스트인 요요마(馬友友)가 사용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즐겨 연주했던 명연주자들을 거치면서 악기에도 일종의 '계보'가 형성된 셈이죠. 벨기에 사업가의 이름을 딴 1714년산 '소일(Soil)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을 거쳐서 이츠하크 펄먼이 연주하고 있지요. 가끔은 연주자 개인이 소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워낙 비싸기 때문에 대기업·재단·독지가들이 구입한 뒤 대여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하면 구분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스트라디바리우스·과르네리 같은 악기의 제작 비밀은 당시 소(小)빙하기였던 유럽의 기후 조건과 목재의 강도, 섬세한 제작 기술과 니스칠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정작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다른 악기들을 가린 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분간하기 힘들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1966년생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는 옛 악기 대신에 독일의 동갑내기 악기 명장이 제작한 현대 바이올린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테츨라프는 "오래된 악기와 현대 악기 사이에 개인적 편견이나 선호는 없다. 다만 악기 이름을 미리 알려주지 않고 모든 정보를 가린 채 테스트하면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웃었습니다. 과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세월의 흐름에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소리를 지닌 걸까요, 아니면 그저 명성 때문에 좋다고 여기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