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인쇄기 없던 중세, 책 만드는 비밀은? 한 명이 읽으면 수도사들이 받아써

입력 : 2025.08.18 03:30

지혜의 보물창고, 도서관의 역사

[재밌다, 이 책!] 인쇄기 없던 중세, 책 만드는 비밀은? 한 명이 읽으면 수도사들이 받아써
모린 사와 지음|빌 슬래빈 그림|빈빈책방 편집부 옮김|출판사 빈빈책방|가격 1만2000원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걸 당연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옛날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 수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서관은 군주·귀족·종교인·학자 등 특별한 신분과 지위를 갖춘 사람들의 것이었지요.

도서관 사서인 저자가 쓴 이 책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도서관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이 세웠답니다. 당시 책은 점토판에 글자를 새겨 넣고 점토가 굳을 때까지 햇볕에 말리거나 불에 구워 만들었죠. 이 점토판 책을 분류하고 보관하기 위해 기원전 2700년쯤 도서관이 세워졌다고 해요. 내용 대부분은 법률이나 상업 같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내용이 많았대요.

서양에서는 로마 시대부터 개인 도서관과 공공 도서관이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개인 도서관은 그 주인의 사회적 신분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었죠. 도서관의 주인들은 친한 친구들에게만 책을 볼 수 있게 해줬어요. 공공 도서관은 정치가이자 장군이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세웠는데, 문학 작품이 많아 시민들이 취미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가는 혼란한 시기에는 많은 도서관과 책이 사라졌습니다. 도서관을 다시 세우고 책을 지킨 것은 중세 수도원의 수도사들이었습니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여서 수도사들이 손으로 베껴 써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책을 '필사본'이라 하고 그런 일을 하는 수도사를 '필경사'라 부릅니다. 그럼 어떻게 한꺼번에 여러 권을 만들었을까요? 수도사 한 명이 큰 소리로 책을 읽고 필경사 여러 명이 받아 적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도서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렸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최초의 회원제 대출 도서관을 만들어 미국 각지에 도서관이 세워지도록 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미국 최고의 부자였던 앤드루 카네기는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2000개가 넘는 공공 도서관을 세웠습니다. 이들은 '책은 모든 사람의 것'이라는 철학을 실천했지요.

오늘날에도 이런 철학은 계속 이어집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북동부 사막에서는 책을 실은 낙타가 이동 도서관 역할을 하고, 태국 해군은 오래된 배를 고쳐 떠다니는 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여객선을 고쳐 만든 수상 도서관이 외딴섬 주민들에게 책을 전해주지요.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이 발전하는 오늘날, 앞으로 수많은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은 어떻게 될까요? 저자는 도서관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확신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도서관은 인류가 과거를 온전히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고, 다가올 미래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데 필요한 정보와 영감을 주는 곳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