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옛날엔 데이터도 없었는데… 어떻게 '200년 만의 폭우'인 걸 알 수 있을까?

입력 : 2025.08.14 03:30

폭우

지난달 17일 광주광역시 한 거리에서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사람들이 폭우를 뚫고 지나가고 있어요. /김영근 기자
지난달 17일 광주광역시 한 거리에서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쓴 사람들이 폭우를 뚫고 지나가고 있어요. /김영근 기자
지난달 17일 충남 서산에는 시간당 최고 114.9㎜나 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경남 산청에는 나흘 동안 비가 800㎜ 가까이 내려 매우 큰 피해가 발생했지요. 이젠 '폭우'라는 말뿐 아니라 '극한 호우'라는 표현도 뉴스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려야 폭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숫자로만 보면 얼마나 비가 많이 오는지 가늠하기 어렵지요. 먼저 시간당 3㎜ 미만의 비는 이슬비처럼 약한 비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5~10㎜는 우산을 써야 하지만 우산을 쓰면 걸어다닐 수 있는 정도입니다. 20~30㎜면 길에 웅덩이가 깊어지고 신발도 다 젖을 정도의 비예요.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도 크게 들리지요. 시간당 30㎜ 이상이면 '매우 강한 비'입니다. 우산이 크게 소용이 없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운전도 힘들어집니다.

시간당 50㎜ 이상이면 '극한 호우'로, 양동이로 물을 쏟는 것처럼 비가 옵니다. 시간당 100㎜ 이상은 폭포 밑에 서 있는 것과 비슷하지요. 그리고 하루에 300㎜ 이상 비가 내리면 대규모 침수와 범람, 산사태가 일어납니다.

이번 폭우 기간 서산에서 시간당 114.9㎜의 비가 내린 것을 두고 기상청은 '200년에 한 번 내릴 수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200년 전엔 강수량 데이터가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요? 이는 200년 전에 실제로 이 정도의 비가 내렸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균과 분포를 구한 것이랍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이 정도 양의 비가 내릴 확률은 어느 정도 되는지 계산한 것이죠. 만약 발생 확률이 1%라면, 100년 동안 관측을 했을 때 한 번 있을 정도인 것입니다. 이번 서산의 경우 이 정도 양의 비가 올 확률은 0.5%였으니, '200년 만의 폭우'라고 표현한 것이죠. 2022년 8월 서울에 시간당 최대 141㎜의 비가 내렸을 때 서울 기준 '500년에 한 번 올 폭우'라는 분석도 나왔어요.

그렇다면 이처럼 극한 호우가 내리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먼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입니다. 온도가 1도 올라가면 공기가 머금을 수 있는 수증기 양이 약 7% 늘어납니다. 더 많은 물을 머금고 있으니 비의 양도 늘어나는 것이죠. 바다도 따뜻해지고 있으니 공기 중으로 훨씬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지요.

최근엔 기후 변화로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만나는 경계(전선)에서 온도 차이가 커지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비구름이 더욱 강하게 발달하게 됩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폭우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내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비가 내리는 패턴이 불규칙해지면서 단 며칠 만에 1년 치 비가 내리기도 하니, 폭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