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세계문화유산 오른 '디즈니성' 한때는 빚만 키운 골칫덩이였죠
입력 : 2025.08.12 03:30
노이슈반슈타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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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키피디아
이 성은 바이에른 왕국의 군주였던 루트비히 2세(1845~1886)가 사재를 털고 빚까지 지면서 만든 곳이에요. 디즈니의 설립자 월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공주'(1959)를 준비하며 유럽을 여행하다 이 성의 낭만적이고 우아한 모습에 빠졌다고 해요. 그래서 이 성에서 영감을 받아 첫 번째 디즈니랜드의 성을 설계하고, 애니메이션에 넣었어요. 나중엔 디즈니 로고에도 큰 영향을 미쳤죠.
노이슈반슈타인성은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낭만주의'와 '역사주의'가 결합된 건축물이에요. 낭만주의는 급격한 산업화와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에 반발해 개인의 감정과 상상, 전설과 신화에 주목했던 흐름이랍니다. 근대 이전의 중세를 동경하는 낭만주의 덕분에 독일에선 자연스레 중세 기사 이야기와 영웅담이 인기를 끌게 됐어요.
역사주의는 중세를 비롯해 르네상스 시대 등 과거의 건축 양식을 새 건물에 적용하는 건축 사조를 말합니다. 겉모습은 예전 양식을 하고 있지만, 내부는 당시의 최신 기술로 꾸민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은 깊은 협곡 위 바위에 지어져 있는데요. 성벽, 안뜰(성 안 마당), 성탑, 해자(성을 둘러싼 도랑)에 방어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겉보기엔 전쟁을 대비해 지어진 중세 시대 성같이 생겼죠.
성의 곳곳에는 여러 시대의 건축 양식이 섞여 있습니다. 성문과 회랑(복도)에 있는 둥근 아치 모양은 로마네스크 양식이고, 하늘로 뾰족하게 솟은 첨탑은 고딕 양식, 왕이 머무는 방은 비잔틴 양식을 변형해 꾸몄어요. 게다가 성 내부는 최신식 편의 시설들로 채워졌습니다. 온풍 난방, 수세식 화장실, 호출 장치, 음식을 올리고 내리는 리프트까지 있었지요.
이 성을 지은 루트비히 2세는 평범한 왕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의 팬이자 핵심 후원자였어요. 그는 복잡한 정치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환상 속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바그너 오페라와 관련된 서사를 그린 벽화로 방을 꾸미고, 인공 동굴을 만들어 극 중 배경을 체험할 수 있게 했죠. 노이슈반슈타인이라는 성 이름부터 '새로운 백조의 돌'이란 뜻으로, 오페라 '로엔그린'의 주인공인 '백조의 기사'에서 유래했어요.
1869년 착공한 노이슈반슈타인성은 1892년에 주요 공사가 마무리됐어요.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비롯해 여러 성을 짓느라 엄청난 규모의 빚을 진 루트비히 2세는 결국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지요. 당시엔 '부채 덩어리'였던 성이었지만, 지금은 매년 12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와 수백억 원에 이르는 입장 수입을 거둬들이는 보물단지가 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