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남자, 세상은 그를 '이방인'으로 만들었죠

입력 : 2025.08.07 03:30

이방인

[꼭 읽어야 하는 고전]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남자, 세상은 그를 '이방인'으로 만들었죠
◆알베르 카뮈 지음|김화영 옮김|출판사 책세상|가격 1만800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소설 '이방인'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웁니다. 다음 날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신의 여자 친구 마리와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며 데이트를 즐기죠.

그렇게 이상할 정도로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뫼르소의 일상은 곧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뒤바뀌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이웃과 갈등을 겪었던 한 아랍인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에서 다시 마주치지요. 그 순간, 아랍인이 꺼내든 칼에 햇빛이 반사되며 섬광이 뫼르소의 시야를 덮습니다. 그리고 뫼르소는 자신도 모르게 아랍인을 향해 손에 쥐고 있던 권총의 방아쇠를 당깁니다. 한 발로도 모자라 네 발을 더 쏘고 말지요.

뫼르소는 사람을 죽인 죄로 재판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법정에서 관심을 가진 것은 살인이 아니라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뫼르소가 인간성과 공감 능력이 없는 위험한 존재라고 여긴 것이죠. 결국 그는 감정이 없고 사회 규범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위험한 인물로 간주됐고,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뫼르소는 정말 감정이 없는 사람일까요? 뫼르소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연기하기보다 어머니가 없는 세상의 고요함을 그대로 느꼈을 뿐입니다. 사회는 이런 그를 이해하지 못했지요. 그리고 정해진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위험 인물로 몰아세웁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방인'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드러나요. 뫼르소는 프랑스의 식민지 알제리에 사는 프랑스인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외지인'이라는 뜻도 있지만, 세상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겉도는 '아웃사이더'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카뮈는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부조리'라는 자신의 핵심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부조리'란 우리가 아무리 진지하게 생각해 봐도 답을 얻을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에요. 예를 들어 착하게 산 사람이 나쁜 일을 당하는 것처럼요. 뫼르소는 부조리함으로 가득한 세상을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사람이었지요.

이 소설은 친구가 옆에서 이야기를 해주듯 쉽게 쓰였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어요. 예를 들어 뫼르소에게 희생당한 아랍인은 이름도 없고, 그냥 '아랍인'이라고만 불리며 대사도 한 마디 없습니다. 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배경처럼 다뤄지는 것이지요. 당시 알제리가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프랑스인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봤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이런 점에 문제의식을 느낀 알제리 작가 카멜 다우드는 '뫼르소, 살인사건'이라는 소설을 썼어요. 아랍인의 동생 입장에서 다시 쓴 이야기입니다.

사형 집행을 앞둔 뫼르소는 마침내 세상의 무관심을 끌어안으며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느낍니다. 끝까지 뫼르소를 이해하려 하지 않은 세상은 잘못이 없었을까요? 책을 다 읽으면 이와 같은 질문이 강렬한 햇빛처럼 남아 있을 거예요.

이진혁 출판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