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몸통이 방아 찧는 것처럼 움직여… 한 번에 10m까지 날아가요

입력 : 2025.08.06 03:30

방아깨비

여름이 깊어지면서 주변에서 잠자리나 매미 같은 곤충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오늘은 여름을 대표하는 곤충으로 요즘 많이 보이는 친구를 소개할게요. 바로 풀숲을 누비는 방아깨비랍니다. 다른 메뚜기 종류에 비해 덩치는 크고, 날아다니는 속도는 느린 편이라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는 곤충이랍니다.

방아깨비라는 재미있는 이름은 뒷다리를 잡으면 몸통이 방아를 찧는 것처럼 까딱까딱 움직인다고 해서 생겼대요. 다 자란 암컷의 몸길이는 8㎝, 수컷은 5㎝로 암수의 크기 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는데요. '앙증맞은' 수컷에게는 '따다깨비'라는 이름도 별도로 있어요. 날아갈 때 앞날개와 뒷날개를 비벼서 '따다다' 하는 소리를 내거든요.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
방아깨비는 보통 풀잎과 비슷한 선명한 초록색이지만, 주변 환경에 따라 갈색, 점박이무늬, 분홍색처럼 다양한 색으로 나타나기도 해요. 뾰족한 머리끝에 달린 더듬이는 냄새를 맡는 데 쓰이기도 하고, 바람의 방향을 감지해서 어디로 움직일지 판단하는 길잡이 역할도 하지요.

몸이 가벼운 수컷은 암컷보다 점프력과 비행 실력이 뛰어나답니다. 한 번 점프한 뒤 날갯짓으로 5m까지 날아갈 수 있는데요. 경우에 따라서는 10m까지도 난다고 해요. 반면 덩치가 크고 무거운 암컷은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둔한 편이라 잠자리채와 곤충 채집통을 들고 나온 친구들에게 곧잘 잡히곤 하죠.

잔디가 무성한 곳을 걷다 보면 방아깨비가 '나 잡아 봐라' 하고 약을 올리는 듯 푸드덕 저만치 앞서 날아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거예요. 이렇게 움직이는 녀석들은 대개 수컷들인데 두 가지 목적이 있대요. 우선 천적의 시선을 이리저리 흩뜨려 놓은 뒤 몸 색깔이 같은 풀숲 속으로 숨어드는 '생존 전략'이에요. 반면 암컷에게는 '나 지금 여기 있다'며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알리는 역할도 하죠.

방아깨비를 잡아본 적이 있다면, 방아깨비가 입에서 액체를 쏟아내 깜짝 놀란 적이 있을 거예요. 색깔은 마치 간장과 비슷하고 역한 냄새가 나는 이 액체는 소화액이랍니다. 방아깨비는 별다른 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 보니 천적에게 붙잡혔을 때 소화액을 토해서 자신을 방어하려는 거죠. 새와 개구리, 거미 등이 방아깨비를 잡아먹는답니다.

방아깨비는 다른 곤충들에 비해 몸집이 커서 수명이 여러 해일 것 같지만, 1년 안에 알에서 부화해 어른이 되고 번식을 마친 뒤 생을 마감하는 한해살이랍니다. 지금 한창 풀숲을 누비는 방아깨비들은 대를 잇기 위해 짝을 찾아 나설 거예요. 날씨가 서늘해지고 숲의 푸른빛이 바래지는 10월쯤이면 땅속에 알을 낳고 죽게 됩니다.
정지섭 기자 도움말=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