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인공지능과 첨단 과학의 시대, 인간은 왜 여전히 종교를 찾을까

입력 : 2025.08.05 03:30

심리학과 종교

오늘날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미신' 같은 것은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요? 신화와 종교도 마찬가지일 수 있어요.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말이 많고, 실제로 종교 때문에 갈등과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니까요.

그런데 우리 주변엔 여전히 미신 같은 것을 믿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오늘의 운세'나 사주팔자를 검색해 보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최첨단 기술로 건물을 지을 때도, '풍수지리'를 따지는 경우가 많고요. 게임이나 드라마의 스토리도 여전히 신화와 환상으로 가득합니다. 왜 과학의 시대에도 영혼이니, 운명이니, 신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
'심리학과 종교'는 이에 대해 답을 주는 책이에요. 1937년, 심리학자 카를 융<사진>은 미국 예일대에서 종교와 심리학의 관계에 대해 강연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이 책은 융이 그때 했던 강의 내용을 묶은 것이랍니다.

심리학자인 융은 왜 이런 주제로 강의를 했을까요? 과학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를 따지며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밝혀냅니다. 사회 '과학'인 심리학도 마찬가지예요. 눈으로 볼 수 있는 증거와 합리적인 설명을 뛰어넘어, 사람들 마음을 쥐고 움직이는 종교와 신앙은 심리학자로서 당연히 연구할 만한 대상입니다.

융에 따르면, 과학은 세상과 우주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움직이는지 알려 줍니다. 하지만 삶과 이 세계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설명하지 못해요. 왜 우리는 살아가면서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왜 억울하고 분한 일들이 사회에 이토록 많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의문은 늘 가슴을 답답하게 합니다. 이유를 알면 고통도 견딜 만해지지요. 예를 들면, 우리가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 때 내가 느끼는 아픔이 치통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면 무서워도 참게 되잖아요. 마찬가지로, 종교와 신앙은 우리 인생의 고통이나 시련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주곤 합니다. 고통을 겪으며 우리가 어떻게 인생을 꾸려가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종교에서 위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입니다.

융은 말합니다. 과학과 합리성만을 앞세우는 사회는 온전하지 못하다고요. 인류 문명과 역사는 예전부터 어떠한 믿음을 통해 성장해 왔으니까요. 신화와 종교에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올곧게 세우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잡아주는 지혜가 가득합니다. 우리가 그 의미를 잘 새기고 삶의 의미를 다잡을 때, 삶도 세상도 온전해질 수 있지요.

사실, '심리학과 종교'는 쉽지 않은 책이에요. 때로는 논리를 뛰어넘는 통찰을 말하기도 하고, 이해 못 할 신비 체험을 소개하기도 해요. 그래서 '칼 융의 심리학과 종교 읽기'(세창미디어)와 같은 해설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지요. 과학만이 옳다는 생각을 넘어, 인류 문화에 담긴 깊은 지혜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는 책이랍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