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파나마는 왜 군대를 해산했을까? 지정학을 고려해 세운 전략이죠
입력 : 2025.08.04 03:30
나의 첫 지정학 수업
학교 토론 시간에 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고 생각해보세요. 한 친구는 "우리나라는 동남부에 조선·자동차, 남해안 일부에 석유화학, 수도권 남부에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 발달했지"라고 말했어요. 다른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강한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어 안보가 매우 중요해."
두 친구 모두 우리나라의 위치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관점은 달랐어요. 첫 번째 친구는 어느 지역에 어떤 산업이 발달했는지 지리적으로 말했고, 두 번째 친구는 우리나라의 위치가 국제 정치나 안보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말했지요.
두 번째 친구의 관점을 지정학(地政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정학은 '지리학'과 '정치학'을 합친 말로, 지리적 조건과 정치적인 관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는 학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의 산, 바다, 기후, 자원 같은 자연환경과 인구, 경제력, 군사력, 문화 같은 사람이 만든 조건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따져보는 거예요.
인간의 선택과 행동들은 지리적 조건과 만나 큰 영향을 주지요. 예를 들어, 러시아는 2014년에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자기 나라 땅으로 만들었어요. 크림반도는 흑해에 접한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 해군엔 아주 중요한 지역이었거든요. 그러자 위협을 느낀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라는 군사 동맹에 더욱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는 결국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지금까지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요. 러시아와 접해 있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가 전쟁의 중요 배경이 된 것이죠.
지정학을 잘 활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중앙아메리카의 파나마는 국토는 작지만, 세계의 배들이 지나다니는 파나마 운하가 있는 나라예요. 파나마는 1994년 법으로 자기 나라 군대를 없애버렸는데,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으면 운하를 이용해야 하는 미국이 군대를 보내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자기 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을 이해하고, 군사비를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흔히 우리나라를 지정학적 요충지라고 말합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이 각자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대립하는 지역입니다. 여기에 북한과도 마주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는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한반도는 예전부터 여러 나라가 부딪친 곳이었지요.
이 책의 저자들은 "지금의 평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지정학의 시선으로 주변 강대국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죠. 지정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현실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