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치는 산?… 알고 보니 은혜 갚은 꿩 이야기에서 유래했대요

입력 : 2025.08.04 03:30

치악산

치악산 구룡사 일대는 요즘처럼 무더운 계절에도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에요. 맑은 구룡계곡이 있고 우람한 소나무가 숲을 이뤄 산책하기 좋은 곳입니다. 한여름엔 비로봉 정상보다는 숲 그늘 좋은 치악산 둘레길을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치악산은 이름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바로 '치'가 떨리고 '악'이 받쳐서 산 이름이 '치악산'이 됐다는 건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등산객들 사이에 떠도는 농담이에요.

해 뜰 무렵 치악산 상원사의 풍경이에요. 치악산이라는 이름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상원사의 종을 울렸던 꿩 이야기에서 유래하지요.
/국립공원공단
해 뜰 무렵 치악산 상원사의 풍경이에요. 치악산이라는 이름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상원사의 종을 울렸던 꿩 이야기에서 유래하지요. /국립공원공단
치악산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산이고, 높이는 1288m로 일대 산 중에서 돋보이는 큰 산입니다. 정상인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가파른 것으로 유명합니다. 급경사를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친다'는 말이 나온 것이지요. 구룡사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진 능선 길을 '사다리병창'이라고 하는데, '병창'은 강원도 사투리로 '벼랑'을 뜻해요. 사다리처럼 가파른 벼랑길이라는 의미이니, 그런 말이 나올 법합니다.

이곳 주민들은 정상인 비로봉을 갈 때는 원주시 소초면의 황골 방면이나, 횡성군 강림면 부곡탐방지원센터 방면으로 올라요. 가파른 사다리병창 코스를 피해 더 수월한 산길로 오르는 거죠.

치악산의 이름은 원래 '적악산(赤岳山)'이었다고 해요. 산을 덮고 있는 붉은 단풍이 아름다워서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죠. 하지만 '꿩 전설'이 전해지면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옛날에 한 스님이 적악산을 지나는데, 구렁이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꿩 두 마리를 구해줬어요. 그날 밤, 구룡사 터에 도착해 잠이 든 스님이 가슴이 답답해 눈을 떠 보니 구렁이가 몸을 휘감고 있었어요. 구렁이는 이렇게 말했대요. "네가 내 밥을 살려주었으니 너라도 잡아먹어야겠다!" 그러자 스님은 "그렇게 해서 네가 배부르다면 이 몸 아깝지 않다. 잡아먹어라"고 했답니다. 그러자 구렁이는 "네가 승려가 아니었다면 이미 잡아먹었을 것이다. 다만 네가 해가 뜨기 전까지 종소리를 듣게 해 준다면, 나는 바라던 대로 환생을 할 수 있을 터이니, 널 살려주겠다"고 했어요. 그렇게 구렁이는 스님을 잠시 놓아주었지만, 스님은 막막했지요.

구룡사엔 종이 없고 종이 있는 치악산의 또 다른 절인 상원사까지는 험한 산길을 30리(약 12km)나 걸어야 해서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하긴 어려웠어요. 해가 뜨기 직전 포기하려는 찰나, 멀리서 종소리가 "뎅~ 뎅~" 하고 울렸어요. 그러자 구렁이는 소원대로 허물을 벗고 환생했습니다. 상원사에 닿은 스님이 발견한 건 죽은 꿩 두 마리였어요. 낮에 구해준 꿩이 몸을 던져 소리를 낸 것이었어요. 이후 사람들은 은혜를 갚은 꿩을 기리며 꿩 '치(雉)' 자에 큰 산 '악(岳)' 자를 써 치악산이라 불렀다는 이야기입니다.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