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항공기 70대·탑승 인원 5000명… 떠다니는 '해상 기지'죠
입력 : 2025.07.30 03:30
항공모함
최근 러시아의 유일한 항공모함 '아드미랄 쿠즈네초프'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1991년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던 이 항공모함에 대해 요즘 고장이 나도 수리하지 않고 "차라리 폐기하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하네요.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한 드론과 로봇이 전장을 누비는 시대에, 항공모함처럼 큰돈이 들어가는 무기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죠.
과거엔 큰 대포를 실은 전함이 해전의 중심이었어요. 하지만 한 번에 적군의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이런 전함들은 필요성이 낮아졌고, 대신 먼 거리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항공모함이 등장했는지, 오늘날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열기구에서 시작된 항공모함
항공모함은 언제부터 생겼을까요? 시작은 놀랍게도 열기구를 이용한 공중 공격이었어요. 1849년 오스트리아 제국은 폭탄을 실은 무인 열기구를 베네치아로 날려 보냈습니다. 비록 작전은 실패했지만, 이후 여러 나라가 하늘에서 적을 공격하는 방법에 주목해 배에 비행기를 싣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영국은 항공기를 이착륙시킬 수 있는 갑판을 갖춘 항공모함을 만들었어요. 이제 멀리 떨어진 육지에 있는 활주로를 이용하지 않고, 목표 지점과 가까운 바다에서 바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행기와 군함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부터는 항공모함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됐습니다. 항공모함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함포보다 멀리, 또 정확하게 날아가서 적의 군함을 공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과거엔 큰 대포를 실은 전함이 해전의 중심이었어요. 하지만 한 번에 적군의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미사일이 등장하면서 이런 전함들은 필요성이 낮아졌고, 대신 먼 거리까지 공격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 핵심 전력으로 떠올랐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항공모함이 등장했는지, 오늘날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열기구에서 시작된 항공모함
항공모함은 언제부터 생겼을까요? 시작은 놀랍게도 열기구를 이용한 공중 공격이었어요. 1849년 오스트리아 제국은 폭탄을 실은 무인 열기구를 베네치아로 날려 보냈습니다. 비록 작전은 실패했지만, 이후 여러 나라가 하늘에서 적을 공격하는 방법에 주목해 배에 비행기를 싣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당시 영국은 항공기를 이착륙시킬 수 있는 갑판을 갖춘 항공모함을 만들었어요. 이제 멀리 떨어진 육지에 있는 활주로를 이용하지 않고, 목표 지점과 가까운 바다에서 바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행기와 군함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부터는 항공모함이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됐습니다. 항공모함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함포보다 멀리, 또 정확하게 날아가서 적의 군함을 공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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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18년 촬영된 영국의 항공모함 ‘HMS 아거스’.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평평한 갑판을 갖춘 함선으로, 현대 항공모함의 시초로 평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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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7월, 미 항공모함 ‘USS 칼 빈슨’이 하와이 근처 바다에서 국제 합동 훈련에 참가한 모습. 항공모함은 이지스함, 구축함, 잠수함 같은 여러 함선과 함께 움직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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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미 항공모함 ‘USS 조지 H W 부시’에서 한 항공기가 이륙하기 위해 캐터펄트(사출기)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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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항공모함 ‘USS 니미츠’ 격납고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항공기들. 갑판 아래 있는 격납고에서 항공기를 정비하고 보관하지요. /위키피디아·미 해군
그로부터 약 6개월 뒤엔 태평양 전쟁의 향방을 바꾼 결정적인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태평양 미드웨이섬 근처에서 벌어진 '미드웨이 해전'이지요. 전투는 비행기끼리의 공중전과 항공모함 타격으로 이뤄졌습니다. 미국은 이 전투에서 일본의 항공모함 4척을 격침시키며 전세를 역전시켰습니다. 한편 일본은 손실을 복구하지 못하고 점점 밀리게 되었죠.
이후 항공모함은 현대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1982년엔 남대서양에 있는 포클랜드 제도를 두고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전쟁을 벌였어요(포클랜드 전쟁). 영국은 본토에서 수천㎞나 떨어진 바다까지 군대를 보내야 했죠. 이때 영국은 항공모함 '인빈시블'과 '헤르메스'를 동원해 제공권(하늘의 주도권)을 잡았고, 멀리 떨어진 전장에서도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승리할 수 있었지요.
냉전 시기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항공모함을 배치했습니다. 또한 걸프 전쟁(1991), 아프간 전쟁(2001), 이라크 전쟁(2003)에서도 항공모함은 미국의 핵심 전력이었습니다. 항공모함에서 이륙한 미군 비행기들은 상대방의 핵심 시설을 타격하고, 지상군을 지원하며 공세에 결정적 역할을 했죠. 현재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모함(11척)을 운영하며 세계 곳곳에 항공모함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5000명이 타는 거대 함선
항공모함을 보면 가장 먼저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비행 갑판'이 눈에 띕니다. 갑판 아래층 '격납고'에선 비행기를 정비하고 보관하지요.
항공모함 갑판은 넓어 보여도 실제로는 항공기가 이착륙하기에 충분한 거리가 부족해요. 그래서 이륙할 때는 '캐터펄트'라는 장치를 써요. 원래 돌을 날려 보내는 투석기를 의미하는데, 투석기처럼 비행기를 강하게 밀어 공중으로 날려 보내죠. 증기나 전자기 힘을 이용해 비행기가 단 몇 초 만에 시속 수백㎞의 속도를 내게 하지요.
착륙할 때는 '어레스팅 와이어'를 사용합니다. 비행기 밑에 달린 갈고리가 갑판에 설치된 강철 와이어를 낚아채 단숨에 멈추게 해요. 마치 차가 줄에 걸려 급정지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계속 움직이고 있는 항공모함에 정확히 착륙해야 하기 때문에, 육지의 긴 활주로에 내리는 것보다 훨씬 난도가 높아요. 영화 '탑건(Top Gun)'에서도 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하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볼 수 있지요.
미국의 최신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는 배수량이 10만t이 넘고, 길이는 약 337m, 너비는 78m 정도예요. 이렇게 거대한 배에는 5000명 가까운 인원이 타고 있어요. 조종사, 정비사, 항공 관제 요원, 통신병, 의무병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 움직이며 작전을 수행하지요. 항공기는 70대 이상 실을 수 있답니다.
이런 항공모함은 보통 혼자 움직이지 않아요. 이지스함, 구축함, 잠수함, 보급선 등과 함께 '항공모함 전단'이라는 집단을 이루죠. 각 함정은 맡은 역할을 하며 항공모함을 보호하고 지원해요. 예를 들어, 이지스함은 하늘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고, 잠수함은 바닷속에서 은밀히 적을 추적하지요.
최근 항공모함 '회의론'도 나와
현재 전 세계에서 항공모함을 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항공모함을 만드는 데만 수조 원의 비용이 들고, 항공모함 전단을 운영하려면 엄청난 유지비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또 항공모함은 먼바다까지 군사력을 보낼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이를 갖는 것만으로도 다른 나라와 외교 갈등이 생길 수 있어요. 오늘날엔 항공모함에 치명적인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값싼 드론 무기들이 등장하며 항공모함의 필요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군사력과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항공모함은 갖고 있지 않아요. 작은 크기의 항공모함이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경항모 사업'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