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공룡 시대'엔 하루가 30분 짧아… 자전 속도, 지금도 달라져요

입력 : 2025.07.29 03:30

지구 자전

올여름, 지구가 도는 속도가 조금 빨라져서 하루가 아주 조금 짧아지는 날이 생긴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과학자들에 따르면 8월 5일에는 하루가 평소보다 1.3~1.51밀리초(1000분의 1초) 정도 짧아질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서는, 최근 몇십 년 동안 지구의 자전 속도가 오히려 조금씩 느려지고 있다고 했거든요. 지구가 도는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니, 무슨 이유일까요?

사람들은 지구가 딱 24시간마다 한 바퀴씩 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요인들 때문에 자전 속도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답니다. 오늘은 지구의 자전 속도에 어떤 것들이 영향을 주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그래픽=유재일
그래픽=유재일
'달'이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지구의 자전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지구의 위성인 '달'이랍니다.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회전했대요. 그런데 달이 생기고 나서, 달의 중력(당기는 힘) 때문에 지구의 자전이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어요. 과학자들에 따르면 약 15억 년 전, 하루 길이는 19시간 정도였다고 해요. 그때는 달이 지금보다 훨씬 가까워서, 더 강한 중력으로 지구를 끌어당겼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에서 달은 점점 멀어졌습니다. 공룡이 살던 7000만년 전에는 하루가 23시간 30분 정도였대요. 지금도 달은 지구 자전 속도를 느리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달의 중력은 바닷물을 끌어당겨 밀물과 썰물 같은 바닷물의 움직임을 만들어요. 이렇게 바닷물이 움직이면서 해저면과 부딪히고, 마찰이 생깁니다. 이 마찰은 지구의 자전을 살짝 방해하는 역할을 해요. 마치 달이 지구의 회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과 비슷하죠.

최근에 심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현상도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지구는 남극과 북극을 잇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돌고 있지요. 그런데 지구는 완전히 둥근 공처럼 생긴 게 아니라, 위아래(남극과 북극)는 눌려 있고, 가운데(적도)는 약간 튀어나온 모양이에요. 천문학자들은 지구를 '찌그러진 감자'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지구의 자전축은 남극과 북극을 연결하는 가상의 직선이에요. 지구 온도가 오르면서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그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적도 부근에 물이 더 많이 모이게 돼요. 그렇게 되면 적도 부근이 더 무거워지고, 자전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데 더 많은 힘이 필요해져요. 그래서 지구의 회전 속도가 조금 느려질 수 있는 거예요. 마치 야구 방망이가 무거워지면 돌리는 데 더 힘이 들어서, 스윙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비슷해요.

자전 속도는 빨라지기도 해요

최근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도 관측되고 있다고 해요.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지구 내부의 움직임도 자전 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지구는 겉에서부터 지각, 맨틀, 외핵(액체), 내핵(고체)으로 이뤄져 있어요. 이 중에서 외핵은 액체 상태의 금속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지요. 최근 일부 연구에선 이 외핵의 회전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어요. 지구 전체는 운동량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어서, 안쪽(외핵)이 느려지면, 바깥쪽(지표면)이 조금 더 빨리 움직여 자전 속도 또한 빨라질 수 있다고 해요.

외핵의 온도 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외핵은 뜨거운 액체 상태의 금속으로 돼 있어요. 이 안에는 전기를 띤 입자들이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지구 전체에 자기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생겨요. 그런데 외핵의 온도가 변하면 금속이 움직이는 방식도 달라지고, 이 때문에 자기장의 세기나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자기장이 변한다는 건, 지구 내부에서 흐르는 액체 금속의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뜻이에요. 이런 흐름의 변화는 지구 안의 무게 분포에도 영향을 줘서, 자전 속도에 아주 조금 영향을 주게 되죠.

또한 제트기류 같은 대기 흐름의 변화도 자전 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제트기류는 높은 하늘에서 빠르게 부는 바람인데, 계절이나 기상 상태에 따라 세기와 방향이 조금씩 달라져요. 공기가 움직이면서 생기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면, 지구가 도는 속도에도 아주 조금 변화가 생길 수 있답니다.

GPS 등 '초정밀 장비'는 영향받아

1밀리초 정도의 시간 차이는 사람이 느끼기엔 거의 티가 나지 않아요. 그래서 일상생활엔 별다른 영향이 없죠.

하지만 시간에 아주 민감한 분야에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GPS, 원자시계, 금융 거래 시스템처럼 정확한 시간이 매우 중요한 기술들에선 자전 속도의 작은 변화도 오차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지구가 도는 속도가 바뀌면, 지구에 작용하는 힘도 조금 달라져요. 지구가 더 빨리 돌면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힘(원심력)이 강해지고, 그 힘은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진 적도에서 가장 세게 작용해요. 그래서 바닷물이 적도 쪽으로 조금 더 몰리게 되고, 해수면이 살짝 높아질 수 있어요. 반대로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 원심력이 약해지면서, 물이 극지방 쪽으로 더 퍼질 수도 있답니다. 이런 변화는 아주 작지만, 장기적으로 해수면 분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