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소한 역사] 들끓는 '러브버그', 불쾌한 정도지만 메뚜기떼는 하늘이 내린 벌로 불렸죠

입력 : 2025.07.29 03:30

해충

최근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벌레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었어요.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직접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자동차에 들러붙거나 사체에서 냄새가 나서 생활에 불편을 주지요. 요즘은 러브버그가 불편함을 주는 정도지만, 옛날에는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훨씬 더 무서운 해충이 있었어요. 바로 메뚜기랍니다.

오늘날엔 기술이 발전하며 메뚜기로 인한 피해가 크게 줄었지만, 과거 메뚜기떼는 서양과 동양에서 모두 '재앙'과도 같았어요. 메뚜기떼는 바람을 따라 날아다니며, 만나는 식물들을 모두 먹어 치우는 습성이 있답니다. 이렇게 메뚜기떼는 농작물을 모두 없애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굶주림에 빠지기도 했어요.

아프리카 케냐의 한 농가를 덮친 메뚜기떼. 과거 메뚜기떼는 농작물을 모두 먹어치우는 재앙과도 같았어요.
/AFP 연합뉴스
아프리카 케냐의 한 농가를 덮친 메뚜기떼. 과거 메뚜기떼는 농작물을 모두 먹어치우는 재앙과도 같았어요. /AFP 연합뉴스
또한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점토판에는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예언이 남겨져 있는데, 여러 재앙 중 '메뚜기떼가 이 땅을 덮칠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고 해요. 이처럼 메뚜기떼의 창궐은 왕의 죽음이나 군대의 전멸에 준하는 큰 재앙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동양에서도 메뚜기떼는 무서운 재앙이었어요. 사람들은 메뚜기떼가 나타나는 걸 하늘이 화가 나서 벌을 내린 것으로 생각했죠. 메뚜기떼는 '황충(蝗蟲)'이라고 불렸답니다.

고려 시대에는 메뚜기 피해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어요. 그때 사람들은 가뭄이나 해충 피해 등이 일어나면 나라를 다스리는 왕의 덕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여겼는데요. 그래서 왕은 메뚜기떼를 물리치기 위해 제사를 지내거나, 억울하게 갇힌 죄수를 풀어주고, 심지어는 자신이 먹던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기도 했대요. 하늘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서였죠.

조선 시대에는 황충으로 인한 피해가 조선왕조실록에 수백 건이 언급될 정도로 많았는데요. 과거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메뚜기떼를 미리 막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왕과 관리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지요.

태종은 메뚜기떼가 나타나자 백성들의 식량이 부족해질까 걱정해 금주령(술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고, 지방 관리들에게는 메뚜기를 잡으라고 지시하기도 했어요. 관리들이 노력하지 않아 곡식 피해가 발생한다면 왕의 명령을 어긴 것으로 여기고 벌을 주겠다고도 경고했죠.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수령이 해야 할 중요한 일로 '메뚜기떼 대처'를 적어두었답니다. 또한 정약용은 메뚜기떼를 없애는 방법도 공유했는데, 중국 한나라와 당나라에서 메뚜기를 잡아서 관청에 가져오는 사람에게 돈을 지급했더니 황충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도 했죠.
황은하·상경중 역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