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고사성어] 수많은 벽으로 단절돼 접근 어려운 궁궐… 권력 비판할 때 쓰는 표현 됐죠

입력 : 2025.07.29 03:30

구중궁궐

[뉴스 고사성어] 수많은 벽으로 단절돼 접근 어려운 궁궐… 권력 비판할 때 쓰는 표현 됐죠
다음 달부터 일반인들에게 청와대를 개방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한동안 인기 관광지였던 청와대는 앞으로 대통령이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다시 쓰일 것으로 보입니다. 옛날로 치면 이 같은 곳을 황제가 쓰던 궁궐에 비유할 수 있겠죠. 옛 궁궐들은 저마다 이름이 있었지만,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고도 불렸어요. 구중궁궐은 '아홉 겹으로 둘러싸인 깊은 궁궐'이라는 뜻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는 아주 깊은 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대통령 역시 국민과 잘 소통하지 못할 때마다 '구중궁궐에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구중궁궐의 '구(九)'는 숫자 9를 뜻하지만, 옛날에는 '아주 많다'는 의미로 자주 쓰였어요. 옛날 중국인들은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수의 기초로 생각해 9를 가장 큰 숫자로 여겼어요. 두 자릿수부터는 숫자를 조합한 것이라고 생각했죠. '중(重)'은 무겁다는 뜻 말고도 '겹겹이 싸인'이라는 뜻도 있어요. 그러니까 구중은 셀 수 없이 많이 겹겹이 둘러싸였다는 말입니다.

구중궁궐은 외부와 단절된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운 장소로 여겨져요. 비슷한 말로는 '구중심처(九重深處)'가 있습니다. 겹겹이 닫힌 깊은[深] 곳[處]이라는 의미로, 외부에서 접근이 어려운 은밀한 곳을 뜻합니다.

구중궁궐이라는 말은 중국 당나라 시기 지어진 시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조선왕조실록에 태조실록을 시작으로 여러 문헌에서 이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서, 조선 시대부터 또는 이전부터 쓰던 말로 보입니다.

[뉴스 고사성어] 수많은 벽으로 단절돼 접근 어려운 궁궐… 권력 비판할 때 쓰는 표현 됐죠
중국에는 자금성(紫禁城)이라는 아주 큰 궁궐이 있지요. 이곳은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 약 500년 동안 24명의 황제들이 살던 곳이었어요. 안에 있는 건물만 1000개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큰지 상상이 되지요?

자금성은 천안문 광장과 연결돼 있어요. 남쪽 문으로 들어가면 황제가 나랏일을 보던 업무 공간이 먼저 나오고, 계속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사적인 공간들이 많아집니다. 그곳이 바로 황제와 가족들이 살던 곳이었죠.

자금성 안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지만, 궁궐 밖 백성들의 삶은 그렇지 않았어요. 명나라 말기, 백성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거둔 데다가 흉년까지 겹쳤기 때문이에요. 이때 이자성이라는 사람이 봉기를 일으켰고, 그는 반란군을 이끌고 자금성을 공격해 함락시켰죠. 이후 만주족이 자금성으로 들어와서 이자성을 제거하고 청나라를 세웠어요. 청나라는 자금성을 그대로 황제 궁궐로 사용했지요.

그러다 1949년 오랫동안 황제의 상징이었던 자금성도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해 마오쩌둥이 자금성을 등진 채 천안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성루 위에 올라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했어요. 자금성의 시대가 저문 것이지요.
채미현 박사·'상식 밖의 고사성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