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꼭 읽어야 하는 고전] "행복을 왜 남들에게서 찾는가"… 로마 황제가 전쟁터에서 남긴 성찰
입력 : 2025.07.28 03:30
명상록
로마 제국의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년)는 철학자이기도 했습니다. 동서양을 통틀어 황제가 철학자였던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지요. 아우렐리우스 황제 시대에 로마 제국은 이민족과 자주 전쟁을 해야 했어요. 그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영화 '글래디에이터'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총사령관으로서 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그가 남긴 '명상록'의 많은 부분은 바로 전장의 막사에서 썼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명상록'을 쓰는 순간만큼은 아우렐리우스에게 제국도 전쟁도, 황제라는 지위도 없었습니다. 다만 아우렐리우스라는 개인 한 사람의 삶에 대한 명상과 철학적 성찰만이 있었습니다. 어떤 명상이었을까요? 아우렐리우스가 말합니다. "적절하지 않으면 행하지 말고, 진실하지 않으면 말하지 말라. 네 욕구는 너에게 달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네 욕구는 너에게 달려 있어야 한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원하거나, 생각하거나, 결정을 내릴 때 가만히 보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렇게 생겨난 욕망이 과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일까요? 아우렐리우스는 그렇게 남에게 끌려다니는 욕망은 진실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조언합니다.
"주위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얼른 너 자신 속으로 되돌아가라.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허둥대지 마라." 어때요? 아우렐리우스는 우리가 온전하게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본 겁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영혼이여, 너는 지금 너 자신을 괴롭히고 있구나. 그러면 다시는 스스로 존중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너는 타인들의 영혼에서 행복을 찾는구나!"
우리는 자주 남들이 뭐라 하는지, 바깥에서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따라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지곤 해요.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진짜 평온함은 내 마음 안에서 찾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는 이렇게 강조했죠. "당장이라도 마음의 완전한 평정을 회복한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로마 황제는 아마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그는 평정심을 유지하고자 애썼던 거죠.
'명상록'은 아우렐리우스의 생각이 짧은 문장들로 정리돼 있어요. 꼭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을 필요는 없고, 마음에 와닿는 구절부터 하나씩 읽어도 됩니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들지 모릅니다. 하지만 철학은 우리의 삶과 늘 맞닿아 있습니다. 철학은 하나의 학문이기 전에 삶의 방식이자 태도입니다. 아우렐리우스에게 철학은 삶 그 자체였던 거예요. 만일 각자의 삶에 대해, 또 세상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부터 이미 철학자의 길로 들어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