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성게 좋아하는 해달 '보노보노'가 어떻게 기후변화를 늦추는 걸까?
입력 : 2025.07.24 03:30
기후변화와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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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 떠있는 해달. 해달은 다시마를 뜯어먹는 생물들을 잡아먹어서 다시마 숲을 유지시켜요. /위키피디아
고민 많던 한 아기 고래가 문어 박사를 찾아왔어요. "왜 갑자기 제 옆에서 놀던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 친구들이 사라졌을까요?" 문어 박사가 대답합니다. "아기 고래의 똥에는 영양분이 많아서, 플랑크톤이 그걸 먹고 튼튼하게 살 수 있단다. 하지만 아기 고래가 창피하다고 자꾸만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가 볼일을 보고 오니, 다른 고래들을 찾아 떠난 거란다." 아기 고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자기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 행복하게 헤엄치며 똥을 누게 됐답니다.
동물들의 배설물이나 식생활이 지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알았나요? 동물들은 사실 우리가 몰랐던 방식으로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동시에,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데도 큰 힘이 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고래의 똥엔 철분이 풍부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잘 자라게 해 줘요. 이 플랑크톤은 매년 100억t(톤)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매년 수억 대의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양이죠.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인 펭귄도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큰일을 합니다. 펭귄이 남극의 얼음 위에 똥을 싸면, 그 똥이 오랫동안 쌓여 딱딱하게 굳어요. 이렇게 된 똥을 '구아노'라고 하지요. 이 구아노에 있는 화합물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며 구름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씨앗 역할을 한답니다. 구름이 많아지면, 태양빛이 땅에 많이 닿지 않게 되면서 지구가 덜 더워지지요. 또 남극의 얼음이 천천히 녹게 만들어 해수면 상승 속도도 늦추는 효과가 있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보노보노'의 모델인 해달 역시 지구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답니다. 19세기에 미국과 캐나다 서부 해안에 살던 해달이 모피 상인들에 의해 멸종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는데요. 해달이 모습을 감추자 바다의 다시마 숲을 포함해 해양 생태계가 황폐해졌죠. 해달이 없으니 해달의 먹이인 성게가 너무 많아졌고, 이 성게들이 다시마 숲 전체를 갉아먹어 버린 거예요. 심각성을 깨달은 사람들이 다시 해달을 보호하면서 다시마 숲도 되살아났답니다. 바다의 다시마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이 숲은 기후변화를 막는 바닷속 탄소 창고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 숲을 지키는 동물이 바로 해달이랍니다.
코끼리, 코뿔소, 기린, 들소처럼 덩치가 큰 초식 동물들도 지구를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이들은 풀을 뜯어 먹으면서 오히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요. 초식 동물들은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똥으로 식물들의 씨앗을 자연스럽게 퍼뜨리고 흙을 섞어 줘요. 이렇게 식물이 잘 자라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데도 도움이 되죠. 또 산불이 잘 번지는 마른 풀들을 먹어 없애 주기 때문에 대형 산불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