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404) '들이다'와 '들리다'

입력 : 2025.07.23 03:30
[예쁜 말 바른 말] (404) '들이다'와 '들리다'
*"요새 날이 너무 더워서 시원한 빙수에 맛들렸어."

*"요즘은 읽기만 해도 오싹해지는 스릴러 소설에 재미들린 친구들이 많다."


무더위를 이겨내는 비결을 이야기하는 대화 같은데요. 사실 이 안에는 틀린 말이 들어 있어요. "맛들렸어"는 "맛(을) 들였어"로, "재미들린"은 "재미(를) 들인"으로 바꿔 써야 한답니다.

흔히 무언가에 푹 빠지게 되면 '맛들리다' 같은 말을 많이 써요. 그러다 보니 '맛들려' '맛들린'과 같이 잘못 활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정확한 표현은 '맛(을) 들이다'예요.

'들이다'는 '들다'의 사동사예요. 쉽게 말하면, 무언가를 스며들게 하거나 익숙하게 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다' '김치를 푹 익혀 맛을 들이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다'와 같이 쓰지요. 이런 식으로 '들이다'는 색깔, 맛, 습관 등을 익히게 하거나 익숙하게 만든다는 말이에요. 비슷한 말로는 '물들이다' '길들이다' 등이 있어요.

'들리다'는 전혀 다른 말이에요. 소리가 들리거나, 무언가에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하지요. '귀신에 들리다'와 같이 쓰는데, 이 때 비슷한 말은 '걸리다'예요.

[예문]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였더니 아침 식사 시간이 무척 여유롭다.

―그는 귀신에 들린 것처럼 알아듣지 못할 말을 횡설수설 내뱉었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