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황량한 '아프리카의 뿔'이 고향… 세계 당나귀의 조상으로 여겨져요

입력 : 2025.07.23 03:30

소말리아야생당나귀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은 극심한 날씨 때문에 요즘 많은 사람이 힘들어합니다. 사람도 이렇게 힘든데, 그럼 동물들은 과연 어떨까요? 오늘은 거친 날씨와 자연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동물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바로 소말리아야생당나귀랍니다.

아프리카 대륙 지도를 보면,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지부티·소말리아가 있는 동북쪽 부분이 마치 짐승의 뿔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모양인 걸 알 수 있어요. 이 일대를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고 부르는데요. 황량하고 거친 산악 지대가 많을뿐더러 한낮에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등 일교차가 심한 사막기후 지역이죠.

소말리아야생당나귀는 얼룩말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머리와 목 부분엔 갈기가 있고, 다리에도 얼룩 무늬가 나 있죠.
/위키피디아
소말리아야생당나귀는 얼룩말과 비슷하게 생겼어요. 머리와 목 부분엔 갈기가 있고, 다리에도 얼룩 무늬가 나 있죠. /위키피디아
이곳에 사는 소말리아야생당나귀는 다 자라도 어깨높이가 1.2m, 몸무게는 270㎏ 정도로 말 종류 중에서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답니다. 가축으로 길들여져 전 세계로 퍼져나간 당나귀의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죠.

분류학적으로는 얼룩말이랑 가깝다고 하는데 실제 생김새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답니다. 머리부터 목까지 바짝 갈기가 서 있는 모습은 얼룩말과 빼닮았고요. 네 다리 또한 얼룩말과 비슷한 흑백 무늬로 돼 있거든요.

소말리아야생당나귀는 여느 말·당나귀보다 발굽이 좁은 편이에요. 이런 발 구조는 가파른 바위산을 다니는 데 아주 요긴하죠. 또 늑대 등 천적에게 쫓기다 코너에 몰리면 발길질을 하며 저항하는데, 이럴 때 좁은 발굽이 마치 날카로운 칼 같은 방어 수단이 된대요.

소말리아야생당나귀는 얼룩말·말·당나귀와 비교했을 때 몸에 비해 커다란 귀를 갖고 있어요. 큰 귀는 몸의 열을 발산하는 데 도움을 준답니다. 더운 지방에 사는 사막여우가 유달리 커다란 귀를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아주 단단한 이빨을 갖고 있는 것도 특징이에요. 황량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선 먹거리를 가릴 만한 형편이 못 돼요. 눈에 보이는 어떤 풀이든 먹어야 하죠. 그래서 소말리아야생당나귀의 이빨은 어떤 거친 풀이라도 끊어서 씹어 삼킬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물을 찾는 것도 어려운데, 이 녀석들은 물 없이도 사흘을 버틸 수 있대요.

소말리아야생당나귀는 무리 생활을 하는데, 얼룩말과 비슷합니다. 수컷들은 주로 자신의 영역을 정해 놓고 단독 생활을 하는 반면 암컷과 어린 새끼들은 무리를 이뤄서 지내죠. 수컷은 자신의 대변을 쌓아서 영역을 표시하는데 다른 수컷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경고판 역할을 한답니다. 반면, 암컷에게는 '함께 지내자'는 의미의 환영 플래카드와도 같대요.

소말리아야생당나귀는 강인함을 상징하는 동물이지만 현재는 야생에 기껏 6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멸종 위기종이랍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녀석들을 사냥해 고기는 식용으로 쓰고, 지방으로는 간염이나 결핵 환자를 위해 약을 만들어 썼대요. 그래서 지금은 세계 여러 동물원이 손을 맞잡고 이들의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