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산 이야기] '왕을 구한 고양이'가 살았다는 산… 조선왕조실록도 보관돼있죠

입력 : 2025.07.21 03:30

오대산

흔히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설악산과 북한산처럼 경치가 화려한 산을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은 산도 있답니다. 강원도 홍천·평창·강릉에 걸쳐 있는 오대산(1565m)입니다. 등산인들은 오대산을 대표적인 육산(肉山)으로 꼽습니다. 살 육(肉) 자를 쓰는데요. 단단한 바위가 아닌 살처럼 부드러운 흙과 숲으로 덮여 있다고 해서 육산이라고 하지요. 반대로 바위가 삐죽삐죽 솟은 산은 뼈 골(骨) 자를 써서 골산(骨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명산'은 반드시 화려한 생김새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유서 깊은 전통과 유명한 일화, 산의 크기까지 두루 고려되지요.

오대산은 아주 오래전부터 불교와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신라 시대에 자장율사라는 스님이 중국에 있는 오대산을 여행하다가 꿈에서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을 만났다고 해요. 훗날 자장율사는 지금의 오대산에 그 이름을 붙이고 월정사라는 절을 지었어요. 또 중국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유골(사리)을 오대산 상원사 근처에 모셨지요.

조선왕조실록도 오대산과 관련이 있답니다. 실록은 임금들의 기록을 모아둔 아주 중요한 책이에요. 조선 시대엔 전쟁 같은 큰 위기에 대비해서 실록을 깊은 산속에 있는 절 네 곳에 나눠 보관했어요. 그중 한 곳이 바로 오대산이었어요. 이 실록은 지금까지 남아 오대산에 있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 소장돼 있지요.

오대산 미륵암에서 본 오대산 능선. 오대산은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는 없지만, 두루뭉술한 굴곡의 능선과 아늑한 숲이 매력이에요.
/영상미디어
오대산 미륵암에서 본 오대산 능선. 오대산은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는 없지만, 두루뭉술한 굴곡의 능선과 아늑한 숲이 매력이에요. /영상미디어
오대산에는 '선재길'이라는 걷기 좋은 길이 있습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길로 오대천이라는 계곡을 따라 걷는 코스입니다. 약 10㎞로, 3~4시간쯤 걸려요. 길이 완만해 산행을 잘 안 해본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선재'는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서 깨달음을 좇아 길을 떠나는 '선재 동자'의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그래서 이 길은 오래전부터 많은 스님이 '참된 나'를 찾는 수행의 길로 여겨졌답니다.

오대천에는 세조 임금과 관련된 전설도 있어요.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심각한 피부병에 시달렸다고 해요. 피부에 좋다는 물과 기도처를 찾아 전국을 유람하던 중 오대산 상원사를 찾았고, 오대천에서 한 동자승이 등을 밀어준 덕분에 피부병이 나았다고 해요. 나중에서야 세조는 그 동자승이 문수보살이었음을 깨닫고, 문수보살의 모습을 조각상으로 만들게 했다고 해요. 이것이 바로 국보 221호인 '문수동자좌상'이에요.

세조와 관련해서 또 다른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요. 세조가 상원사에 머무를 때 자객이 나타나 세조를 해치려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때 고양이가 세조의 옷깃을 잡아당겨 목숨을 구했다고 해요. 이후 세조는 상원사에 '양묘전(養猫田)'을 하사했는데요. 밭을 상으로 줄 테니 고양이를 잘 키우라는 의미였습니다. 한양으로 돌아온 세조는 전국에 "고양이를 죽이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상원사에는 지금도 계단 옆에 고양이 석상이 남아 있지요.
신준범 월간 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