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활 속 경제]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 동네 상권 살리려 발행해요

입력 : 2025.07.17 03:30

지역화폐

지난 6월 경기 광명시 한 전통시장의 채소 가게에 '지역 화폐 취급 매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요. /장경식 기자
지난 6월 경기 광명시 한 전통시장의 채소 가게에 '지역 화폐 취급 매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요. /장경식 기자
Q. 동네에 있는 수퍼마켓 계산대에 'OO사랑상품권 가맹점'이라는 표시가 붙어있는 것을 봤어요. 현금이나 카드 대신 지역 화폐로 결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지역 화폐가 무엇인가요?

A.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사람들은 씀씀이를 줄이기 마련입니다.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많아지면 동네 음식점이나 상점은 장사가 잘 안 돼요. 지역 경제는 침체에 빠지게 되고요.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화폐'를 활용합니다. 지역 화폐는 정해진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돈이에요. 종이로 된 상품권처럼 생긴 것도 있고, 카드나 휴대폰 앱으로 결제할 수 있는 방식도 있어요. 예를 들어 서울 종로구에는 '종로사랑상품권'이 있고 전남 강진군에서는 '강진사랑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죠. 이름에는 '화폐'가 들어가지만, 법적으론 상품권으로 분류됩니다.

그럼 지역 화폐가 어떻게 동네 경제를 도와줄까요? 지자체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르지만, 지역 화폐는 주로 규모가 작은 동네 가게에서만 쓸 수 있도록 정해져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역 화폐를 쓰면 자연스럽게 동네 가게에서 소비를 하게 되는 거죠. 마치 백화점 상품권이 많이 유통되면, 이를 쓰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해요.

원래 지역 화폐는 영국, 캐나다 등에서 먼저 사용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대전의 한 지역 공동체에서 '두루'라는 지역 화폐를 사용한 것이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죠. 그러다 지역 화폐를 다양한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게 되었고, 2020년에는 지역 화폐에 대한 법률이 제정됐습니다. 현재는 전국 약 190곳의 시·군·구에서 지역 화폐를 발행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현금이나 카드도 있는데, 굳이 지역 화폐를 쓰는 이유는 뭘까요? 그건 지역 화폐를 사용할 때 주는 혜택 때문이에요. 지자체들은 보통 지역 화폐를 액면가(상품권에 표시된 금액)보다 5~10% 정도 할인해 팔거나, 결제할 때 일부 금액을 돌려주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10만원짜리 지역 화폐를 10% 할인받아 9만원에 살 수 있다면, 그만큼 이득인 셈이죠. 이 차액은 지자체가 부담합니다. 이 때문에 지역 화폐는 구매 한도가 있답니다. 이전까진 월 최대 70만원이었는데, 얼마 전 월 2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지요.

하지만 지역 화폐에 대한 비판도 있어요. 지역 화폐를 만든 목적은 동네 경기를 살리는 것이지만, 전체 소비가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지적이에요. 현금이나 카드 대신 지역 화폐로 결제하는 것일 뿐, 사람들이 돈을 더 쓰는 건 아니라는 것이죠. 지자체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도 있어요. 또 할인 혜택만 받고 지역 화폐를 현금으로 바꾸려는 부정 사용 사례도 일부 있지요.


연유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제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