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못생겨서 남편·시댁에 외면당한 신부… 도술로 나라 구한 '수퍼히어로' 됐죠
입력 : 2025.07.17 03:30
박씨전
우리 고전 소설 속에 '수퍼히어로'가 있었다면 누구였을까요? 가면을 쓰고 특별한 '수트'를 입는 영웅은 아니지만, 뛰어난 지혜와 용기로 나라를 구한 인물이 있어요. 바로 고전소설 '박씨전'의 주인공, 박씨 부인입니다. 이 이야기는 조선 후기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에요.
이야기는 한양에 사는 이시백이라는 청년이 박씨 부인과 결혼하면서 시작돼요. 그런데 이시백은 신부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요. 보기 드물 정도로 못생긴 데다, 어깨에 혹이 있고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까지 났거든요. 이후 이시백뿐 아니라 시댁 식구들도 박씨 부인을 무시하고 차갑게 대하죠. 조선 시대엔 많은 결혼이 '중매'로 이뤄져서 남녀가 혼인 전까지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랍니다.
무시에도 불구하고, 박씨 부인은 '피화당'이라는 별채에 들어가 혼자 지내며 자신의 능력을 하나씩 보여주기 시작해요. 말을 길러 큰돈을 벌고, 남편을 도와 과거에 장원급제하는 결과도 얻죠. 그리고 어느 날, 박씨의 아버지 박 처사가 찾아와 딸의 탈을 벗겨줍니다. 사실 박씨 부인이 흉한 외모를 가지게 된 것은 전생에 지은 죄 때문이었는데, 이제 업보를 지우기 위한 시간이 끝난 것입니다. 박씨 부인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해요. 그제야 남편과 시댁은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크게 후회합니다.
박씨 부인의 진짜 활약은 그다음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청나라는 조선을 침략하려고 했는데, 무능한 조선의 조정은 아무 대처도 못 했어요. 바로 그때 박씨 부인이 나섭니다. 박씨 부인은 먼저 청나라 첩자를 찾아내 정체를 밝혀내고 혼내줍니다. 이어 박씨 부인은 신비한 도술과 지혜로 청나라의 대군을 이끈 용골대와 용울대 형제를 물리치며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해내지요.
이 이야기는 왜 쓰였을까요? 조선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활동도 제한적이었어요.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문학을 통해서라도 이루고 싶었습니다. 못생겼지만 재주 많은 여인이 결국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정받고 나라까지 구한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꿈을 주었던 것이죠. 여기엔 병자호란의 치욕과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담겼지요.
조선 후기에는 소설이 무척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양반가 여성부터 왕실 사람들까지도 재밌는 이야기에 빠져 책을 필사하며 여가를 보냈지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쓰인 '박씨전'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교훈을 함께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겉모습보다 내면을 더 깊이 바라보는 시선, 성별과 신분에 상관없이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 위기 앞에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는 마음까지.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혜들이 이 소설에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