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비둘기 통신병', 2차 세계대전 중 편지 전달해 수백 명 구했죠

입력 : 2025.07.16 03:30

전쟁과 동물

미 육군 파충류팀 소속 군인이 지난 4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서 뱀에 대해 교육하고 있는 모습.
미 육군 파충류팀 소속 군인이 지난 4월 시민들을 대상으로 열린 행사에서 뱀에 대해 교육하고 있는 모습.
최근 미 육군이 베일에 가려졌던 특수부대 '파충류 팀'을 공개해 화제가 됐어요. 이 부대는 뱀과 악어 같은 파충류를 취급하며, 세계 각지로 파견되는 정예 특수부대들이 습지에서 대형 파충류를 만났을 때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대요. 미군은 20세기 중반부터 이와 같은 생존 훈련과 파충류 관련 교육을 해왔다고 합니다.

동물에 대한 적응 훈련을 할 뿐 아니라,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쟁에 다양한 동물을 활용해 왔어요. 말과 개 외에도 돌고래, 코끼리, 비둘기 등 아주 다양한 동물이 있었답니다. 오늘은 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어떻게 싸워왔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슴지느러미에 위치 파악 장치가 부착된 미군 소속 돌고래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
/미 육군
가슴지느러미에 위치 파악 장치가 부착된 미군 소속 돌고래가 물 밖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 /미 육군
돌고래는 수중 특수 임무 맡아

전쟁 무기와 과학기술이 발전했지만, 동물들은 여전히 군사작전에 쓰이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예상 밖의 활약을 한 동물은 바로 돌고래예요. 미국과 소련은 1950년대부터 돌고래를 훈련시켜 바닷속 임무에 활용했어요. 돌고래는 물건을 찾아오거나, 적국의 잠수부를 탐지할 수도 있어요. 육지에서 개가 맡은 역할을 바다에서는 돌고래가 하는 셈이죠.

돌고래는 뛰어난 음파 탐지 능력과 지능을 바탕으로 기뢰를 찾는 데 적합한 것으로도 알려졌어요. 그래서 미 해군은 돌고래에게 기뢰 탐지 훈련을 시키기도 했죠. 냉전 시기 돌고래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첩보전에 이용됐다고 합니다.

최근엔 동물의 군사 이용에 대한 윤리적 비판이 커지면서 돌고래 사용도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일부 국가는 돌고래를 비밀 임무에 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대표적으로 2019년 노르웨이 인근 바다에서 발견된 흰돌고래(벨루가) '발디미르'가 있어요. 당시 카메라를 끼울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한 채 발견돼 러시아군의 '스파이'로 의심받았지요.

19세기 그려진 그림으로, 카르타고군의 코끼리 부대가 이탈리아로 진군하는 모습을 묘사했어요.
19세기 그려진 그림으로, 카르타고군의 코끼리 부대가 이탈리아로 진군하는 모습을 묘사했어요.
오늘날 '탱크' 역할 했던 코끼리

과거 전쟁터에선 동물이 가장 믿음직한 '운송 수단'이었어요.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은 낙타, 말, 코끼리 같은 동물을 이용해 무거운 무기나 식량을 나르고, 병사들을 이동시켰죠. 게다가 때로는 적군을 직접 공격하는 무기로도 사용됐는데요. 그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코끼리'였답니다.

고대부터 시리아, 인도, 중국 지역에서는 코끼리를 전쟁에 이용했어요. 군인들은 코끼리 등에 올라타 넓은 지역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지휘하거나, 적군을 향해 화살을 쏘기도 했어요. 어떤 경우엔 코끼리 상아 끝을 자르고 그 자리에 날카로운 칼 같은 무기를 달기도 했어요. 말 그대로 '살아 있는 탱크'였던 셈이죠.

전투 코끼리가 가장 크게 활약한 전쟁 중 하나는 로마와 카르타고가 싸운 제1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64~241)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바그라다스 전투(기원전 255)는 코끼리 부대의 위력이 잘 드러난 전투였죠.

이 전투에서 카르타고는 보병 1만명, 기병 4000명, 그리고 전투 코끼리 100마리를 동원했어요. 반면 로마군은 병력 면에서 우세했어요. 또한 승마 실력도 로마군이 앞선다고 여겨졌죠.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자 상황은 완전히 뒤집어졌어요. 카르타고군이 로마군을 향해 코끼리를 돌진시키자, 로마 병사들은 공포에 휩싸였어요. 수많은 병사가 코끼리에 깔려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병사들도 전열을 이탈했죠. 결국 1만명 이상의 로마군이 전사하고 로마의 지휘관마저 포로로 잡히게 됐죠.

이 승리로 코끼리를 전쟁 무기로 삼으려는 시도가 잇따랐어요. 하지만 문제도 있었어요. 코끼리는 겁이 많아 한번 당황하면 통제가 어려워요. 그래서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에 피해를 입히기 일쑤였지요.

이런 약점을 파악한 로마 군대는 이후 전투에서 코끼리에게 집중적으로 창을 던지고 도망치는 전략을 펼쳤어요. 공격을 받은 코끼리는 놀라서 오히려 카르타고 병사들을 짓밟았지요.

하지만 이후 코끼리가 완전히 전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전투 코끼리도 점점 변해갔어요. 코끼리에게 갑옷을 입히고, 대포 같은 대형 무기를 달기도 했지요. 하지만 코끼리의 단점은 그대로였어요. 16세기 후반 무굴제국의 아크바르 대제는 구자라트 지역을 차지하려고 전쟁을 벌였는데, 상대편은 수많은 전투 코끼리를 앞세워 저항했어요. 그러자 아크바르 대제는 대포를 집중적으로 쐈고, 굉음과 폭발에 놀란 코끼리 부대는 무너졌어요. 그렇게 코끼리는 서서히 전장에서 모습을 감추게 됐지요.

1946년 디킨 메달을 받은 비둘기 지아이 조. 폭격기 이륙 직전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해 오폭으로 인한 아군의 희생을 막았지요.
/위키피디아
1946년 디킨 메달을 받은 비둘기 지아이 조. 폭격기 이륙 직전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해 오폭으로 인한 아군의 희생을 막았지요. /위키피디아
비둘기,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목숨 구해

비둘기는 둥지로 되돌아오는 '귀소본능' 덕분에 오랜 세월 동안 전쟁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이렇게 훈련된 비둘기를 '전서구(傳書鳩)'라고 불러요.

고대 이집트부터 사용된 전서구는 로마 시대엔 카이사르의 정복 소식을 전하기도 했어요. 몽골제국의 칭기즈칸 또한 비둘기를 이용해 소식을 주고받았어요. 통신 수단으로 널리 비둘기가 쓰인 덕분에, 적군이 비둘기에 실어 보낸 메시지를 가로채 항복을 이끌어내는 전략도 종종 사용됐지요.

19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전신이 사용되면서 비둘기의 역할은 줄었지만, 통신선이 끊기는 위기 때마다 다시 쓰였어요. 심지어 제1·2차 세계대전 때 영국에선 수십만 마리의 비둘기가 이용됐다고 해요. 2차 세계대전 중 활약한 비둘기들은 많은 인명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디킨 메달'을 받기도 했답니다. 이 메달은 영국의 동물 구호 단체가 2차 대전 당시에 만들었는데, 영웅적인 활약을 한 동물에게 수여되는 상이라고 해요.

이 상을 받은 비둘기 중 가장 유명한 비둘기가 '지아이 조(G.I. Joe)'예요. 이 비둘기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었던 1943년 이탈리아의 한 마을에 갇혀 아군의 폭격을 당할 위기에 처한 영국 군인 수백 명을 구했어요. 폭격기가 이륙하기 직전 공격을 중지하라는 편지를 전달했지요.
정세정 옥길새길중학교 역사 교사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