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큰 가오리… '바다의 양탄자'라고도 불려요

입력 : 2025.07.16 03:30

대왕쥐가오리

얼마 전 제주도 남쪽 마라도 바다에서 잡힌 가오리가 화제예요. 몸길이가 1m, 몸통 너비는 2m로 보통 가오리·홍어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몸집이었죠. 이 가오리는 만타가오리라고도 알려진 대왕쥐가오리랍니다. 보통 열대·아열대 바다에서 살아가는데 최근 지구온난화에다가 폭염까지 겹쳐 우리나라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자 제주도 부근까지 온 것으로 추정돼요.

이번에 잡힌 대왕쥐가오리는 어린 놈으로 보여요. 왜냐면 다 자랐을 때 몸길이가 5m, 몸통 너비는 8m나 되거든요. 전 세계 가오리 중 가장 커다란 가오리랍니다. 만타가오리의 만타(manta)는 스페인어로 '담요'라는 뜻이에요. 몸통을 펄럭이며 헤엄치는 모습은 활짝 펼친 담요를 연상시켜요. 그래서 '바다의 양탄자'라고도 부른답니다.

대왕쥐가오리는 몸통을 펄럭이며 헤엄을 쳐서 마치 바다를 떠다니는 양탄자처럼 보여요.
/위키피디아
대왕쥐가오리는 몸통을 펄럭이며 헤엄을 쳐서 마치 바다를 떠다니는 양탄자처럼 보여요. /위키피디아
가오리는 보통 납작한 몸통의 아랫부분에 입이 있고, 단단한 이빨이 있어서 물고기·게·조개 등을 사냥해 아작아작 씹어 먹어요. 그런데 대왕쥐가오리는 물고기처럼 입이 앞쪽에 나 있어요. 그리고 입 앞에는 양옆으로 툭 불거져 나온 돌기가 있습니다. 이 돌기는 헤엄칠 때 양옆으로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방향타 역할도 하고, 사람으로 치면 젓가락 역할도 해준답니다.

대왕쥐가오리의 주된 먹잇감은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플랑크톤과 게·새우의 새끼 등인데요. 돌기를 움직여 입 쪽으로 끌어들인 다음 물과 함께 들이마신 뒤 아가미로 물을 걸러내고 먹는답니다. 이빨이 있기는 하지만 아주 자잘해서 다른 가오리처럼 먹이를 씹는 데 쓰이지 않아요. 덩치는 집채만 한데 눈에 보일락 말락 한 바다 생물들을 먹는 것은 상어 중 가장 덩치가 큰 고래상어와도 빼닮았죠.

가오리와 상어 모두 뼈가 물렁한 '연골어류'인데, 과학자들은 상어에서 가오리로 진화해 갔으며, 그중 가장 진화한 형태가 대왕쥐가오리라고 말해요. 실제로 먹잇감을 사냥할 때 무리를 지어 사슬처럼 몸을 연결해 먹잇감을 가두는 등 지능적인 행동을 보인답니다.

대왕쥐가오리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전 세계의 먼바다에 골고루 분포해요. 보통 수심 10m 정도의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 발견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200~450m까지도 헤엄쳐 들어가요. 심지어는 수심 1000m까지 들어간 적도 있대요.

많은 연골어류가 뱃속에서 알을 부화해 어느 정도 크기로 자라면 밖으로 내보내는 방식으로 번식하는데요. 한 배로 낳는 새끼는 적지만 생존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죠. 대왕쥐가오리 역시 난태생인데 한 번에 암컷에게서 태어나는 새끼는 고작 한 마리예요.

심지어 알이 암컷 몸에서 부화해 태어나기까지 1년이 걸려요. 사람의 임신 기간보다 길죠. 갓 태어난 새끼 대왕쥐가오리의 몸통 너비는 1m를 훌쩍 넘어 어지간한 성체 가오리보다 크답니다. 대왕쥐가오리의 가장 무서운 적은 '사람'이랍니다. 아가미 부분은 중국에서 한약재로 인기가 있어 이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희생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는대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