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거대한 성벽 같은 한국 대표 박물관 수차례 이사 다닌 끝에 지어졌죠

입력 : 2025.07.15 03:30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박·사진) 기념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요. 배경에는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있습니다. 영화에는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덕분에 국박의 유사 캐릭터 '굿즈'와 박물관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 뮤지엄 국박은 20년 전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았는데요. 그 여정이 마치 우리나라 박물관의 역사와도 같답니다.

국박의 뿌리는 세 곳이에요. 제실박물관, 조선총독부박물관, 국립민족박물관입니다. 제실박물관은 1909년 창경궁에 만든 왕실박물관으로, 일제강점기 덕수궁 석조전 옆으로 옮겨졌고, 해방 후 '덕수궁미술관'으로 불렸어요. 궁중 유물, 오래된 책, 청자, 백자 등 왕실 수집품을 소장했죠.

조선총독부박물관은 1915년 일제가 경복궁에 만든 박물관으로, 한반도에서 발굴한 신라, 백제, 가야 시대 유물을 주로 소장했습니다. 해방 이후 '국립박물관'으로 이름이 바뀌었죠. 국립민족박물관은 1924년 일본인이 세운 박물관의 소장품과 1946년 박물관 초대 관장을 맡은 송석하의 개인 소장품으로 시작해 국립박물관의 '남산 분관'이 됐죠.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세 박물관의 보물은 부산으로 옮겨졌다가 1953년 다시 서울로 돌아왔어요. 처음엔 국립박물관 남산 분관에 짐을 풀었지만, 곧 군에 자리를 내줘야 했어요. 결국 1955년 덕수궁으로 가게 됩니다. 서양식 석조 궁전인 석조전 본관엔 국립박물관이, 서관에는 원래 주인이던 덕수궁미술관이 자리 잡았죠.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이름은 1972년 신축 건물로 이사갈 때부터 쓰이기 시작했어요.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이 과거 국박의 본관이었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요. 1986년, 지금은 사라진 광화문 뒤 조선총독부 청사로 다시 옮깁니다.

이후 일제강점기의 상징이던 조선총독부 청사가 헐리게 되자, 국박은 지금 위치로 이사를 준비해 2005년 입주했답니다. 그전까지 약 10년간 현 국립고궁박물관 건물에 머물렀죠.

국박 건물은 400m에 달하는 긴 외벽이 눈에 띄어요. 화강암을 사용한 외벽은 문화재라는 보물을 지키는 '성벽'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입구 쪽은 벽을 도려내기라도 한 듯 거대하게 뚫려 있는데요.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영감을 받은 열린 공간입니다. 여기에 서면 남산을 바라볼 수 있지요. 상설전시장 내부는 중앙의 광활한 복도를 중심으로 양옆에 여러 전시관이 있고, 층고가 천장까지 쭉 뚫려 있어 개방감을 자랑합니다. 국박은 독특한 전시 공간 구성으로 인기가 많은데요. 특히 삼국시대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배치한 '사유의 방'은 가장 인기 있는 장소랍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