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똑똑해진 드론… GPS 없이도 길 잘 찾아요

입력 : 2025.07.15 03:30

드론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 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 드론이 전장의 주력 무기로 떠올랐어요. 정찰과 공격을 동시에 하는 드론이 등장하면서 현대전의 양상도 완전히 바뀌게 됐지요. 그런데 이런 드론 비행에 꼭 필요한 게 있어요. 바로 위성에서 신호를 받아 위치를 알려주는 'GPS(위성항법 장치)'입니다. 드론은 GPS 신호를 통해서 현재 위치를 계산하고, 목적지까지 정확히 날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일부러 가짜 신호를 보내 드론을 속이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답니다. 그래서 요즘은 GPS 없이도 스스로 길을 찾는 똑똑한 드론이 개발되고 있어요. 오늘은 이 같은 기술이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려 합니다.

[재미있는 과학] 똑똑해진 드론… GPS 없이도 길 잘 찾아요
가짜 GPS 신호로 드론 조종할 수 있어

오늘날 드론이 사용하는 GPS에는 약점도 있어요.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에서나 폭우·눈·안개처럼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을 때는 신호가 약해져 운영이 어렵다는 거죠.

보안이 취약하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누군가 일부러 가짜 신호를 보내면 드론은 그 신호에 속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도 해요. 이를 'GPS 스푸핑(spoofing)'이라고 부릅니다. 스푸핑은 '속인다'는 뜻으로, 가짜 GPS 신호를 송출해서 적군의 드론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래요. 심지어 민간 여객기나 화물기의 GPS까지 가짜 신호에 의해 교란될 수 있죠.

지형 관찰해서 위치 파악해요

이런 GPS의 약점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인 나라들이 있습니다. 호주의 한 기술 회사는 영국의 방산 기업과 함께 GPS 없이도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드론을 만들고 있어요. 이 드론은 특별한 두 가지 장치를 이용하는데, 바로 '뉴로모픽 카메라'와 '관성항법 시스템'입니다. 뉴로모픽 카메라는 사람 눈처럼 주변 환경을 빠르게 인식해 드론이 정확한 위치를 찾도록 도와주고, 관성항법 시스템은 드론의 움직임을 계산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죠.

먼저 뉴로모픽 카메라는 사람의 눈처럼 빛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지형을 인식해요. 이 카메라는 마치 지문 스캐너처럼 비행하는 드론 아래 펼쳐지는 지형을 읽어냅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 네모반듯한 도시 거리처럼 지역마다 특징적인 모습을 촬영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촬영한 지형 정보를 드론 내부 메모리에 저장된 위성 사진 데이터와 비교합니다. 이를 '맵 매칭(map matching)' 기술이라고 해요. "내가 촬영한 곳은 이 사진에 나온 장소랑 똑같네!" 하고 실제로 촬영한 이미지와 위성이 기존에 찍은 사진을 맞춰 보는 과정이죠. 이렇게 해서 드론은 GPS 없이도 '내가 지금 어디쯤 날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위성 사진은 과거에 찍은 것이니, 새로 생긴 건물이나 공사 중인 도로 같은 건 매칭이 안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이 드론은 위성 사진보다 다른 드론들이 최근에 촬영한 영상 정보를 먼저 활용해요. 이렇게 최신 영상 데이터를 먼저 참고해 더 정확하게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거예요.

이와 함께 쓰이는 또 다른 장치가 바로 '관성항법 시스템'이에요. 이 시스템엔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스코프'라는 두 가지 장치가 있어요. 가속도 센서는 드론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측정합니다. 자이로스코프는 드론이 비행 방향을 바꿨는지를 기록해서, 드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 줘요. 이렇게 뉴로모픽 카메라와 관성항법 시스템을 동시에 이용하면, 위성 신호 없이도 드론의 위치와 속도, 방향을 추적할 수 있는 거죠.

GPS 없이도 길을 찾는 드론은 현재 시험 비행을 거치고 있어요. 호주와 영국의 연구팀은 사막, 도시, 농장 등 여러 환경에서 항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있대요. 올해 하반기쯤에 실제로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안테나로 전파 쏴서 드론 무선 충전

미국에서는 공중에 떠 있는 드론에 전파를 쏴서 충전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에요. 전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예요. 텍사스대 연구팀은 전파에 전기를 실어 마치 레이저처럼 정확히 드론에 전달하는 실험을 하고 있죠.

드론은 오랜 시간 동안 하늘에 떠 있기 어려워요. 최근엔 여러 가지 배터리를 개발해 드론의 비행 시간을 늘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배터리들은 담을 수 있는 에너지에 한계가 있어 군사용 드론의 임무 시간은 길지 않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공중에서 드론을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 거죠.

열쇠는 바로 '위상 배열 안테나'라는 장치입니다. 이 안테나는 여러 개의 작은 전파 송신기를 곤충의 겹눈처럼 붙여 만들어요. 덕분에 전파가 흩어지지 않고 한 방향으로 모아져 드론에 전달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충전 전파'는 지상의 안테나에서 쏘기도 하고, 비행기에 설치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해요.

드론에는 전파를 받아들이는 특별한 안테나가 달려 있어요. 이 안테나는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잘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죠. 전파가 드론에 닿으면, 이를 전기로 바꾸는 변환 과정을 거쳐 배터리가 충전되는 구조예요. 아직은 선을 직접 연결해 충전하는 것보다 효율이 낮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충전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