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괜찮아 "중요한 건 '자신답게' 살아가는 삶"

입력 : 2025.07.14 03:30

장자

[재밌다, 이 책!]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져도 괜찮아 "중요한 건 '자신답게' 살아가는 삶"
장자 지음|이강수·이권 옮김|출판사 길|가격 2만2000원

장자(莊子)는 약 2300년 전 중국에서 활동한 사상가입니다. 본명은 장주(莊周)이지요. 장자는 노자(老子)와 함께 '도가(道家)'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에요. '도가'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꾸밈없이 나답게 살아가자는 생각이에요.

그의 사상이 담겨 있는 책 '장자'는 딱딱한 철학책이 아니에요. 재미있는 이야기, 즉 우화들로 가득합니다. 그래서 '장자'는 중국 문학사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곤 하지요. 그 우화 하나를 살펴봅니다.

장자는 어떤 나무 이야기를 들려줘요. "초나라 남쪽에 '명령'이라는 나무가 있으니 500년이 봄이고, 또 500년이 가을이다. 또 대춘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는 8000년이 봄이고 8000년이 가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700살까지 살았다는 '팽조'라는 인물을 보고 오래 살았다고 부러워하니, 슬프지 아니한가?"

장자는 수명이 긴 것이 꼭 더 좋은 것은 아니라고 봤습니다. 어떤 나무는 수천 년을 살고, 어떤 사람은 몇십 년밖에 못 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각자 타고난 모습이 다른 것뿐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보통 오래 산 사람을 부러워하죠. 이에 대해 장자는 남과 비교하면서 부러워하면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며 자신만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다시 장자의 말입니다. 들판을 오가며 사는 들꿩이라는 새가 있어요. 이 새는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무언가 쪼아 먹을 먹이를 찾기 위해선 열 걸음을 움직여야 하고, 백 걸음을 움직여야 마실 물을 얻을 수 있어요. 참 고생스럽지요. 그런데도 이 새는 절대로 새장 안에 들어가 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힘들더라도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삶이 더 좋기 때문이지요. 장자는 이 이야기를 통해 자유롭게, 자기답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알려줍니다.

장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요. 우리는 쓸모가 많은 것을 좋아하고 또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장자는 오히려 '무용(無用)의 쓸모'를 강조해요. 쓸모 있다는 건 다른 누군가에게 쓰인다는 뜻이에요. 맛있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열매를 빼앗기고, 목재로 쓰기 좋은 나무는 베어집니다. 결국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수 있기 때문에, 쓸모 있어야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지요.

반면에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나무는 누가 건드리지 않으니 오래도록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쓸모가 없다고 스스로 괴로워할 필요도 없고, 쓸모가 있다고 우쭐대거나 자만할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장자가 살던 전국 시대는 많은 나라가 전쟁을 벌이면서 패권을 차지하려 다퉜지요. 장자를 비롯한 사상가들은 혼란을 멈추고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평화롭게 지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기질대로 살아가며 서로를 부러워하거나 질투하지 않는 것. 이것이 장자가 던진 철학적 메시지였습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