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등딱지에 들어가지 못하는 거북… 하천 '최고 포식자'예요
입력 : 2025.07.09 03:30
늑대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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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늑대거북은 턱끝이 뾰족하고, 네발엔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나 있어요. /위키피디아
이름처럼 무시무시한 외모를 가진 늑대거북은 다 자란 몸길이가 50㎝에 육박하는 대형 민물거북이에요. 미국 동부 지역부터 중앙아메리카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하고 있답니다. 보통 육지나 민물에 사는 거북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커다란 등딱지를 이고 엉금엉금 걸어가다가, 위협을 느끼면 팔과 다리, 머리를 등딱지 안으로 쏙 집어넣는 모습을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이 녀석들은 다른 거북과는 다릅니다. 몸 전체에서 등딱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고 그 대신 네 발과 머리는 큼지막하답니다. 게다가 여느 거북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큼지막한 꼬리도 있어요. 꼬리 길이가 거의 등딱지와 맞먹을 정도예요. 이런 몸 구조 때문에 등딱지 속으로 몸을 숨기는 게 불가능하죠.
이것은 거북 종류 중에서도 늑대거북이 진화가 덜 된 원시적 거북이기 때문이랍니다. 늑대거북은 공룡 시대인 백악기에 속하는 6600만 년 전에 나타났다고 해요.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는 거북 종류의 80%가 늑대거북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한 후손이래요.
다른 거북들처럼 등딱지에 몸을 숨길 수는 없지만, 천적에게 잡아먹힐 걱정은 거의 할 필요가 없답니다. 다 자란 늑대거북은 하천 생태계 최고 포식자거든요.
늑대거북의 입은 위아래 턱의 끝이 뾰족한 부리로 돼 있고, 네 발에도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나 있죠. 이런 사나운 생김새 때문에 성질도 아주 고약하고 드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위협을 받지 않는 한 먼저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대요. 다만 사람이 다가가서 만지려고 할 때 위협을 느낀 늑대거북이 사람을 물어 큰 부상을 입히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늑대거북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이랍니다. 물풀을 뜯어 먹기도 하고, 강바닥을 떠다니는 수생동물의 사체를 먹기도 하죠. 사냥을 할 때는 이름에 걸맞은 공격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바닥에 몸을 착 붙이고 꼼짝도 하지 않다가, 물고기·개구리 등 먹잇감이 포착되면 순식간에 입을 쩍 벌린 채 습격한다고 해요. 작은 새나 뱀, 혹은 도마뱀까지도 잡아먹는대요.
늑대거북의 움직임은 아주 뜸한 편이라서 등딱지 위는 물풀과 이끼로 뒤덮여 있곤 하는데 이는 먹잇감들로부터 몸을 숨기는 위장 효과가 있죠. 무는 힘이 워낙 강력해 한번 물리면 빠져나가기가 매우 어렵대요. 그래서 늑대거북 무리들을 '스내핑 터틀(snapping turtle)'이라고 부른답니다. 달려들어 물어뜯는 거북이라는 뜻이에요.
늑대거북은 이국적인 생김새 덕분에 국내에서는 애완동물로 길러졌는데, 강이나 늪에 버려진 늑대거북이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2022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