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철학·인문학 이야기] "나치와 나폴레옹, 무엇이 다르죠?" 드골 장군에게 화두 던진 여성 철학자

입력 : 2025.07.08 03:30

시몬 베유

1940년 6월 나치 독일에 의해 파리가 함락됐습니다. 그러자 프랑스의 샤를 드골 장군은 영국 런던에 자리를 잡고 저항을 이어갔어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치의 패색이 짙어올수록, 자유 프랑스 운동 측의 고민은 깊어졌어요. "프랑스를 어떻게 다시 세워야 할까? 어떻게 해야 다시는 패배하지 않는 프랑스를 만들까?" 드골은 철학자 시몬 베유(Simone Weil·1909~1943·사진)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그녀는 이 질문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지요. 책 '뿌리내림'엔 당시 그녀의 조언이 담겨 있습니다. 시몬 베유 사후에 출간됐지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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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녀는 날카롭게 묻습니다. 나치의 침공과 그로부터 약 130년 전에 있었던 나폴레옹 황제의 유럽 침략은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었지요. 만약 황제가 이겼다면 유럽은 프랑스의 발아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상태는 나치가 세상을 짓누르던 당시와 별다르지 않을 테죠. 단지 힘이 약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면, 세상은 끝없는 분란에 놓일 겁니다. 힘을 길러 복수하려는 마음, 모두를 이기고 자기가 최고가 되려는 열망이 사라지지 않겠지요.

반면, 정의와 올바름이 승리로 이어진 경우는 어떨까요? 1789년 프랑스에 자유·평등·박애를 외치며 대혁명이 일어났을 때, 유럽의 일부 민중과 지식인들은 오히려 프랑스를 반겼습니다. 심지어는 자국의 군대보다 프랑스 혁명군이 이기기를 바랐던 사람들도 있었지요. 그러나 혁명이 내건 가치를 잊은 채 권력에 맛들어 황제가 된 나폴레옹에게는 격렬하게 맞섰습니다. 그렇다면 나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프랑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단지 힘만 센 나라가 아닌, 올곧은 정신을 갖춘 국가가 되어야겠지요.

시몬 베유는 참된 애국심의 조건으로 '연민(compassion)'을 꼽습니다. '위대한 나라'이기 때문에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폭력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다른 나라와 타국의 시민들을 짓눌러야 한다는 생각이 일기 때문입니다. 조국이 불쌍하기에 지켜주고 싶을 때는 어떨까요? 어려움에 빠진 부모를 구하려 할 때 심정을 떠올려보세요. 착하지만 힘이 없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면, 그들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고달프더라도 정의와 자유, 평등 같은 훌륭한 가치를 절대 내려놓지 말라는 뜻입니다. 시몬 베유에 따르면, 세상은 뿌리가 뽑힌 상태입니다. 그녀가 보기에 인류를 아름답게 가꾸었던 정신은 힘을 잃고, 무기와 돈만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조국에 정신(spirituality)부터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라고 충고합니다.

실제로 그녀의 조언은 드골에게 영향을 주었습니다. 드골은 나라를 되찾은 후, 격한 논란 속에서도 식민지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하지요. 시몬 베유의 주장을 살피며 평화를 이끄는 위대함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