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하얗게 변하는 푸른 바다… 바다서도 '사막화' 일어나고 있죠

입력 : 2025.07.08 03:30

바다 사막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위로 부서지는 흰 파도. 여름방학 시즌을 앞두고 바다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최근엔 이런 푸른 바다 속이 점점 '하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기후 변화로 인해 해양 생물들의 터전인 산호가 점점 색을 잃고 하얗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바닷속에 들어가 보면, 예전엔 생명이 가득하던 산호초 지역에 흰색 산호들만 남은 모습이 곳곳에서 관찰된다고 해요.

과학자들은 이처럼 산호가 죽고 바닷속 생물이 떠나는 현상을 '바다 사막화'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이 바다 사막화 현상이 왜 일어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래픽=진봉기
그래픽=진봉기
바닷속에서 진행되는 사막화

지난 4월, 산호초 및 관련 생태계 보호 활동을 하는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ICRI)'는 "전 세계 바닷속 산호초의 84%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어요. 과학자들이 지난 30여 년간 바다 생태계를 꾸준히 관찰해 왔는데, 최근 들어 이러한 백화 현상이 점점 더 심하게 나타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산호는 왜 하얗게 변하고 있을까요? 먼저 산호가 어떤 생물인지부터 알아볼게요. 산호는 얼핏 보면 바위처럼 생겼지만, 사실 살아 있는 해양 동물이에요. 하지만 아주 독특한 점이 있답니다. 산호는 하나의 생물이 아니라, 아주 작은 생물인 '산호충'들로 이루어진 '군체 생물'이지요. 각각의 산호충은 입과 촉수를 가진 독립적인 개체지만, 서로 몸이 연결돼 공동생활을 해요. 아파트 단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답니다.

산호충이 모인 산호는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생물이에요. 산호충은 '주산텔라(zooxanthellae)'라는 아주 작은 조류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공생 관계랍니다. 조류는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를 산호에게 나눠줘요. 대신 산호는 조류에게 안전한 집을 제공하고,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죠. 산호가 다채로운 색을 띠는 것도 이 조류 덕분입니다. 조류가 만들어내는 색소 덕분에 산호는 노란색, 갈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질 수 있죠.

이런 산호들이 수없이 쌓여 만들어지는 구조물이 바로 '산호초'예요. 이곳은 물고기나 조개, 불가사리 등 수많은 해양 생물의 은신처이자 집이 됩니다. 지구의 육지에서 생물종이 가장 풍부한 곳이 열대우림이라면, 바다에선 그 역할을 산호초가 하고 있어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산호초를 '바다의 열대우림'이라고도 하지요.

지구온난화로 백화 심해져요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의 온도가 점점 오르면서 전 세계 산호초가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산호는 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합니다. 따뜻하고 맑은 물, 적당한 염도와 같은 조건이 맞아야 잘 자라죠. 산호는 바닷물의 온도가 1~2도만 올라가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산호는 가장 먼저 공생하던 조류(주산텔라)를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왜일까요? 온도가 높아지면 조류는 광합성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산호의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활성 산소 같은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그래서 산호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조류를 몸 밖으로 내쫓는 것이죠.

하지만 이 조류는 원래 산호에게 에너지를 공급해주던 고마운 존재였죠. 조류가 떠나가면 산호는 더 이상 에너지를 얻지 못하고 점점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조류가 만들어내던 색소도 함께 사라지면서 산호의 색도 점차 희미해져요. 결국 산호는 반투명해지고, 흰색 석회질 골격이 그대로 드러나 하얗게 변한 것처럼 보이지요. 이런 현상이 바로 백화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산호는 죽고 하얀 뼈대만 남게 됩니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거죠. 산호초를 집처럼 여기며 살아가던 물고기, 조개, 불가사리 같은 해양 생물들도 서식지를 잃고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바닷속은 하얗고 텅 빈 사막으로 변하게 되는 겁니다.

오늘날 백화 현상의 심각성은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어요.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전체 산호의 80%가 백화 현상을 겪고 있고, 40%는 완전히 죽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최근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제주도 인근에서 백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바다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

최근 세계 곳곳에선 산호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산호 이식'이에요. 인공 환경에서 산호를 키운 뒤, 바다에 심는 방법이랍니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팀은 직접 산호 유충을 채집한 뒤 깨끗하고 안전한 실험실에서 산호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했죠. 이렇게 길러진 엘크혼 산호 유충 1000여 마리는 올해 플로리다 남쪽 바다에 옮겨 심어졌답니다. 과학자들은 이 방법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해양 생태계 복원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바다에서 산호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는 방법도 있어요. 영국 엑서터대가 이끈 공동 연구팀은 바다 밑에 '리프 스타(Reef stars)'라는 강철 구조물을 설치했어요. 바구니처럼 생긴 육각형 구조물이죠. 이는 산호가 모여 산호초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답니다. 연구팀은 최근 몇 년 동안 구조물에 건강한 산호를 이식하고 성장 과정을 관찰했는데요. 이 구조물 주변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됐다고 합니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도 힘을 보태고 있어요. 우주에 띄운 인공위성으로 바다의 온도와 플랑크톤 농도를 꾸준히 관찰하고 그 정보를 해양 과학자들과 공유하고 있다고 해요.
이윤선 과학 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