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자신의 눈을 찌른 오이디푸스 왕 그 딸 안티고네에게 이어진 비극
입력 : 2025.07.07 03:30
안티고네(오이디푸스 왕)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작가 소포클레스가 쓴 희곡 가운데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가 있습니다. 이 두 작품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안티고네'의 배경은 테베라는 도시국가입니다. 그곳의 왕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친어머니와 결혼해 자식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스스로 눈을 찌르고 왕위를 내려놓고 떠납니다. 오이디푸스와 어머니 이오카스테 사이에는 자녀 네 명이 있었는데,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 두 딸 안티고네와 이스메네입니다. 오이디푸스가 사라진 뒤, 아들들은 테베의 왕위를 두고 다투다가 결국 서로에게 칼을 겨눠 함께 죽게 되지요.
이때 테베의 실권을 잡은 인물은 이오카스테의 동생인 크레온입니다. 크레온은 테베를 공격했던 폴리네이케스를 반역자로 규정하고, 그의 시신을 땅에 묻지 못하게 합니다. 명령을 어긴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죠. 그러나 그의 조카 안티고네는 명을 어기고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르기로 결심해요. '안티고네'는 이러한 둘의 대립 구도에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동생 이스메네는 안티고네를 말립니다. "우리는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남자들과 맞서 싸울 수 없고, 따라서 고통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안티고네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오빠의 장례를 치르며 크레온에게 맞서지요.
이 사실을 알게 된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지하 동굴에 감금하고 최소한의 음식만 넣어줄 것을 명합니다. 살려두지도, 완전히 죽이지도 않게 한 것이지요. 그러자 안티고네의 약혼자 하이몬은 괴로움에 빠집니다. 하이몬은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사촌이었는데, 고대에는 이런 혼인이 왕족이나 귀족 가문에서 흔했지요. 하이몬은 아버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안티고네를 구하려 하지만, 상황은 더욱 비극적으로 흘러갑니다.
뒷이야기는 희곡을 직접 읽어보길 권합니다. '안티고네'는 단순한 가족 갈등 이야기를 넘어,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과 감성, 공적인 권력과 사적인 양심이 충돌하는 등의 깊은 주제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고대 그리스 시민들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연극을 관람하면서 작품에 담긴 지혜가 무엇인지 토론했고, 삶과 공동체에 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안티고네' 역시 풍부한 토론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지요.
그렇다면 최고 권력자 크레온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요? 희곡 마지막 부분에서 코러스(합창단)가 부르는 노래에 단서가 있습니다. "지나친 오만은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고 나서야 비로소 참된 지혜를 깨닫게 된다." 권력과 자만의 위험성은 이 비극이 남기는 가장 큰 교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