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무대 위 인문학] 힙합과 만난 전통 시조… 조선의 '이야기꾼' 그렸죠
입력 : 2025.07.07 03:30
시조와 전기수
우리는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왜 그럴까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 사피엔스'에서 이야기가 바로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하지요. 문자도 없던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먹을 것을 구하느라 하루 종일 고단한 노동을 한 뒤 저녁이면 모닥불 앞에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디에 위험한 동물이 있는지, 어느 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지 등 중요한 정보도 이야기로 전달했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사회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즉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부르지요.
먼 옛날 우리 조상들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어요. 조선 시대엔 저잣거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소설을 낭독해주는 '전기수'가 등장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또 백성들은 시조 한 편에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삶의 고단함을 담아 읊기도 했지요.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올라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창작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8월 31일·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과 '조선 이야기꾼 전기수'(7월 18~19일·제천 예술의전당)입니다. 오늘은 두 작품을 통해 조선 시대의 이야기 문화를 엿보기로 해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호모 사피엔스'에서 이야기가 바로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설명하지요. 문자도 없던 아주 오래전, 사람들은 먹을 것을 구하느라 하루 종일 고단한 노동을 한 뒤 저녁이면 모닥불 앞에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디에 위험한 동물이 있는지, 어느 나무에 과일이 주렁주렁 열리는지 등 중요한 정보도 이야기로 전달했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사회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 인간은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즉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부르지요.
먼 옛날 우리 조상들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어요. 조선 시대엔 저잣거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소설을 낭독해주는 '전기수'가 등장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어요. 또 백성들은 시조 한 편에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삶의 고단함을 담아 읊기도 했지요.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두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올라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창작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8월 31일·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과 '조선 이야기꾼 전기수'(7월 18~19일·제천 예술의전당)입니다. 오늘은 두 작품을 통해 조선 시대의 이야기 문화를 엿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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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골빈당’이 시조 경연 대회에서 최종 우승을 한 뒤 임금은 백성들이 다시 시조를 읊을 수 있게 허락합니다. 이에 백성들이 기뻐하는 장면이에요(위쪽). ‘스웨그 에이지’에서 평범한 백성들은 탈을 쓰고 신분을 감춘 채 시조를 지어 양반들을 풍자합니다. /PL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는 2017년 서울예술대학교 학생들이 만든 창작 뮤지컬이에요. 한국의 전통 시 양식인 '시조'를 뽐내는 전 국민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죠. 2019년 정식으로 무대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답니다.
뮤지컬의 배경인 조선 시대에 시조는 소통과 표현의 수단이었습니다. 시조는 원래 양반 중심의 문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다양한 계층으로 퍼져 나갔어요. 작품에서 시조는 삶의 고단함을 잊기 위한 백성들의 표현 수단으로 등장합니다. 농사일을 끝낸 백성들은 밤마다 시조를 읊기 위해 '국봉관'이라는 곳으로 모여드는데, 이곳은 마치 지금의 클럽처럼 흥으로 들썩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시조를 읊는 것이 금지됩니다. 시조에 역모(逆謀)라는 불온한 생각을 담아 퍼뜨리는 무리가 있다고 누군가 고발한 것이죠. 백성들로서는 감정 표현과 소통의 창구가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나 '조선시조자랑'이라는 경연대회가 열리게 됩니다. 전국 팔도의 시조 재주꾼들이 모여들고, 과거 양반들의 패악을 밝히려 했던 조직 '골빈당'도 등장합니다. 최종 우승자가 된 이들은 임금에게 역모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고 하죠. 계급과 권위를 벗어 던지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외침이 힙합 가사처럼 울려 퍼집니다. "하고 싶은 말을 시조에 담아 자유롭게 외칠래, 이게 바로 조선 수액(Swag·스웨그)!"
뮤지컬의 핵심 소재인 시조는 고려 중기 무렵 등장해 고려 말~조선 초기에 걸쳐 틀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시조'라는 말이 문헌에 처음 등장한 건 조선 영조 때입니다. 시조의 기본 형식을 '평시조'라고 해요. 이는 세 개의 장(초장·중장·종장)으로 나뉘어요. 전체 길이는 보통 45음절 안팎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양사언의 시조는 이렇게 구성돼 있죠. '태산이 높다 한들 하늘 아래 뫼(산)이로다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이처럼 시조는 짧은 글 안에 뜻과 운율,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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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조선 이야기꾼 전기수’에서 남성 전기수가 ‘춘향전’을 들려주는 장면이에요.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춘향과 재회하는 대목이지요. 전기수가 소설을 들려주면 배우들이 이야기 내용을 연기하는 거예요. /HJ컬쳐
뮤지컬 '조선 이야기꾼 전기수'는 조선 후기, 소설을 읽어주며 돈을 벌던 직업 '전기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예요. 전기수는 시장이나 양반집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소설을 낭독해 주는 사람이었어요. 설화, 역사책, 심지어는 '삼국지'나 '수호지' 같은 중국 고전소설을 읽기도 했지요. 드물지만 여자 전기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실력이 뛰어난 전기수는 소설의 등장인물들을 면밀히 분석해 억양과 몸짓, 표정까지 연기하며 청중을 작품 속으로 빠지게 했어요. 때로는 이야기의 전개가 절정에 이르는 순간 갑자기 말을 뚝 끊어서 청중의 애간장을 태우는 기술을 썼다고 해요. 전기수는 청중이 돈을 낼 때까지 말을 멈췄는데, 이를 '돈을 끌어내는 기술'이라는 의미로 '요전법(邀錢法)'이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오늘날 성우나 유명한 '북 인플루언서'의 원조가 바로 전기수라고 할 만하지요. 조선 후기 활약했던 전기수는 인쇄 매체가 발달하고 라디오 방송이 등장하면서 사라지게 됐지요.
뮤지컬 '조선 이야기꾼 전기수'는 두 명의 전기수가 무대에 올라 이야기 실력을 겨루는 경연 대회 형식으로 펼쳐집니다. 한 명은 남성 전기수, 또 한 명은 공주라는 신분을 숨기고 거리로 나선 여성 전기수예요. 두 사람은 각자 '춘향전'과 '홍길동전'을 들고 결승 무대에 오릅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이야기를 낭독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자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고, 이야기 장면은 노래와 춤으로 재현되면서 더욱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어요. 누가 조선 최고의 전기수가 됐을지 결말은 무대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