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기후와 날씨] 돔 구장처럼 갇혀 있는 열기… '역대 가장 더운 6월' 만들었죠

입력 : 2025.07.03 03:30

열돔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광장에서 한 관광객(왼쪽)이 모자로 햇볕을 가리고 있어요. /AF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 광장에서 한 관광객(왼쪽)이 모자로 햇볕을 가리고 있어요. /AFP 연합뉴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지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정이 나은 편일지도 몰라요. 최근 남유럽엔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곳곳에 '건강 주의보'가 발령됐다고 해요. 지난달 말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는 기온이 최고 46도까지 올랐고, 이탈리아와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도 기온이 40도에 달하며 수많은 도시에 고온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미국 동부 지역에선 강한 더위로 인해 K팝 공연이 조기 종료되기도 했지요. 세계 곳곳에서 '역대 가장 더운 6월'이 기록되고 있는데요, 이런 이례적인 폭염을 불러온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열돔(heat dome)' 현상입니다.

열돔은 뜨거운 공기가 대기 중에 머물며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을 말해요. 실제로 돔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돔에 공기가 갇혀 있는 것과 같아 그렇게 불리죠. 유럽을 예로 들어 볼까요? 지금 남유럽 상공, 약 5㎞ 높이엔 강한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어요. 고기압은 공기를 위에서 아래로 눌러 내리는 성질이 있는데요. 그 영향으로 상층의 뜨거운 공기가 지상으로 내려오면서 기온이 더 올라가게 됩니다.

한편 지상은 햇볕을 강하게 받아 더워진 상태예요. 보통 이렇게 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지만, 상공에서 공기를 누르고 있는 고기압 때문에 지면 부근에 갇히게 되지요. 이처럼 상층의 고기압이 넓은 지역에 머물면서 뜨거운 공기를 눌러 놓는 상태가 바로 열돔입니다.

열돔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여기엔 두 가지 주요 원인이 있어요. 하나는 기상적인 조건이고, 또 하나는 기후 변화입니다. 먼저 기상적인 조건부터 볼게요. 대기 상층에는 제트기류라고 불리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요. 이 바람은 보통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며 저기압과 고기압이 일정한 패턴으로 움직이도록 해 줍니다. 그런데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바람이 요동치듯 남북으로 흐름이 크게 흔들리는데, 그렇게 되면 공기 흐름이 평소보다 불규칙하게 바뀝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무거운 공기 덩어리(고기압)가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게 되지요. 이렇게 정체된 고기압이 열돔을 만드는 거예요.

기후 변화의 영향도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대기와 바다의 온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지요.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수증기량이 늘어나는데요. 수증기는 열을 붙잡는 성질이 있지요. 대기 온도가 이미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증기까지 늘어나면 열돔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열돔이 생기면 기온이 높아져 폭염이 이어집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지면 열사병이나 탈진 같은 온열 질환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지요.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더위에 약한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게 돼요. 가뭄과 산불 문제도 있습니다. 햇빛에 땅이 빠르게 말라가고, 증발 속도도 빨라지면서 식물도 메말라요. 이런 상황에서는 산불 위험성도 커집니다. 농작물과 가축에게도 피해를 주어 농축산물 가격에도 큰 영향을 주지요.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