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 신화] 적군 방심하게 만들어 10년 전쟁 한 번에 뒤집었죠
입력 : 2025.06.30 03:30
트로이의 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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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화가 조반니 도메니코 티에폴로가 1760년 그린 그림으로, 커다란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는 트로이인들의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위키피디아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
트로이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는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그리고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등 여러 고전 속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3200여 년 전, 지금 튀르키예 서북쪽 해안에 있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땅, 스파르타로 갔습니다. 그는 그곳 왕비 헬레네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와 몰래 트로이로 돌아왔지요.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죠. 그는 그리스 전역의 군주들과 뛰어난 용사들을 모아 트로이를 총공격합니다.
하지만 헥토르가 이끈 트로이는 막강했습니다. 무려 10년 동안 그리스 연합군의 공격을 단단하게 막아냈지요. 그리스인들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게다가 그리스의 사령관 아가멤논과 최고의 전사 아킬레우스가 다투며 내분까지 생겼어요. 신과 인간 사이에 태어난 영웅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에 파리스의 화살을 맞고 목숨을 잃지요. 그의 어머니인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갓 태어난 그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강에 담갔는데, 그를 잡고 있느라 강물에 젖지 않은 발뒤꿈치가 유일한 약점이 됩니다. 그래서 '아킬레스건'은 '치명적인 약점'을 뜻하는 상징적 표현이 되었지요.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그리스 전사들은 전의를 상실할 지경이었어요. 이런 불리한 판에 던진 마지막 승부수가 바로 '트로이 목마 작전'이었습니다. 지혜와 술수로 빼어난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가 나섰습니다. "거대한 목마를 만들고, 그 속에 최정예 전사들을 숨깁시다. 그리고 나머지 병사들은 모두 배를 타고 트로이를 떠납시다."
물론 집으로 가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전쟁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간 것처럼 꾸민 다음 인근 섬 뒤에 숨어 있자는 것이었지요. 트로이인들은 전쟁이 끝난 줄 알고 모두 성 밖으로 나오겠지요? 오디세우스는 이어 말합니다. "트로이인들이 거대한 목마를 자신의 성으로 끌고 들어간다면, 그들이 모두 잠든 사이 목마 안에 숨어 있던 전사들이 내려와 성문을 열어줍니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이 다시 배를 타고 돌아와 트로이를 함락할 수 있습니다."
기발한 작전이었지만 위험이 작지 않았습니다. 만약 트로이인들이 해안가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목마를 성 안으로 끌고 가는 대신, 그것을 수상하게 여겨 부수거나 불태우거나 바다로 밀어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목마 안에 숨어 있던 최고 전사들은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배를 타고 인근 섬 뒤에 숨어 있던 나머지 그리스 병사들도 트로이로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입니다.
'전쟁 끝났다' 방심한 트로이인들
작전이 실행되던 날, 트로이인들은 그리스 군사들로 가득했던 해안가가 텅 비어 있고, 거대한 목마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걸 보고 의아했습니다. "저건 뭐지? 그리스인들은 어디로 간 거야?" 조심스럽게 성 밖으로 나온 트로이인들의 의혹은 점점 긍정적인 희망으로 바뀌었습니다. "혹시 전쟁이 끝난 건가? 우리가 이긴 거야?"
그러나 신중하고 현명한 예언자 라오콘은 트로이인들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목마를 향해 창을 던지며 목마를 없애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그리스인들이 우려하던 일이 일어날 판이었습니다. 목마 안에 숨어 있던 그리스 전사들은 아찔함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트로이인들 앞으로 한 그리스인이 끌려왔습니다. 시논이라는 군인이었습니다. "트로이인들이여, 나를 살려주십시오. 비겁한 그리스인들은 나를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나쁜 놈들!" 트로이인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풀어 주었고, 목마는 대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시논은 말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전쟁에 지쳐 집으로 돌아갔어요. 무사 귀환을 비는 제사를 드리면서 목마를 신들에게 바쳤지요. 이 목마는 여러분에겐 승리의 전리품이며, 수호 성물이 될 것입니다."
그 순간 트로이인의 가슴에는 희망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러곤 지혜로운 라오콘의 경고를 무시하고, 적군 시논의 거짓말을 달콤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적을 방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오디세우스 작전의 핵심이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그때 갑자기 바다에서 괴물이 나타나 라오콘과 그의 자식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던 민중들이 그를 죽인 것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트로이인들은 마침내 위험한 목마를 성 안으로 끌어들여 광장에 세워두고 승리를 자축하는 잔치를 벌였습니다. 트로이인들이 먹고 마시며 곯아떨어지자, 목마 속 그리스 병사들이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대기하던 아군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성문을 열었고, 결국 트로이는 파멸해 사라지게 됩니다. 19세기 말, 독일의 사업가이자 고고학자인 하인리히 슐리만은 신화의 흔적을 찾기 위해 트로이 발굴 작업을 시도해 많은 유물을 발견하기도 했지요.
인류 역사 속에는 수없이 많은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오디세우스의 목마 작전은 패배자에겐 비열한 속임수겠지만, 역사에 남는 것은 그것이 위대한 작전이었다는 승자의 평가지요. 이 신화는 실력을 키워 정정당당하게 상대를 압도하려고 노력하되, '트로이 목마 작전'과 같은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영리함도 갖춰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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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6년 발견된 라오콘 군상. 거대한 뱀이 라오콘과 그의 자식들을 휘감고 있어요. 트로이의 예언자 라오콘은 트로이인들에게 그리스군이 남겨놓은 목마를 없애버려야 한다고 경고하다가 목숨을 잃지요.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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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화가 요한 게오르크 트라우트만이 18세기에 그린 그림. 목마에 숨어 있던 그리스 군사들에 의해 트로이가 함락돼 불타는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