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한겨울 홀로 스님 기다리던 동자승 이야기… '오세암' 전설의 그 꽃이죠
입력 : 2025.06.30 03:30
동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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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자꽃잎은 가운데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 하트 모양처럼 보여요. /김민철 기자
동자꽃은 카네이션·패랭이꽃과 함께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보통 무릎에서 허리 높이로 자라는데, 한여름인 6~8월 주황색 꽃이 핍니다. 참나리·원추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흔하지 않은 색깔에 화사한 꽃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등 섬 지방을 제외하고는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고 깊지 않아도 산에 올라가야 볼 수 있답니다.
꽃은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한 송이씩 피어납니다. 꽃받침은 긴 곤봉 모양으로 꽃잎을 감싸고 꽃잎은 5개입니다. 꽃잎 한 장 한 장을 보면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것이 영락없는 하트 모양입니다. 꽃잎 양쪽에 1개씩 좁은 조각이 있는 것이 이 꽃의 특징이죠. 줄기에서 마주 나는 잎은 타원형에 가깝습니다.
이 꽃은 개량화 과정을 거쳐 요즘엔 화단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번은 서울 양재동 꽃 시장에서 이 꽃을 사다 키운 적이 있는데, 아파트 베란다여서 그런지 제 색깔이 나지 않고 꽃도 오래가지 않더군요. 반면 지리산이나 곰배령 등 야생에서 보는 동자꽃은 선명한 주황색이 짙을 대로 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꽃이 동자꽃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암자를 떠난 스님을 기다리다 죽은 동자(童子)에 얽힌 설화 때문입니다. 설악산 마등령 자락에 백담사 부속 암자로 관음암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선 인조 때 다섯 살짜리 동자승이 한겨울 암자에서 홀로 스님을 기다리다 성불했다고 해서 암자 이름을 관음암에서 오세암으로 고쳤다고 합니다. 정채봉의 동화 '오세암'은 이 설화를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이 동화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고 2003년엔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설화에서 스님이 동자승을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자 이듬해 여름 그 자리에 동자승의 얼굴처럼 동그랗고 발그레한 주황색 꽃이 한 송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꽃을 동자의 넋이 피어난 것으로 여겨 동자꽃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동자꽃은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처럼 산 밑을 바라보며 피는 것 같습니다. 또 동자꽃은 가만히 보면 꼭 귀여운 동자가 웃는 모습과 닮았습니다.
동자꽃과 비슷한 종류로는 짙은 홍색의 꽃잎이 제비 꼬리처럼 깊이 갈라진 제비동자꽃, 전체적으로 잎과 줄기에 흰색 털이 많이 나 있는 털동자꽃이 있습니다. 둘 다 강원도 북부 지역에서 드물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제비동자꽃은 꽃이 워낙 독특해서 한번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털동자꽃은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산지, 즉 추운 곳에서 자랍니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은 털이 많은 경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