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동물과 대화하는 날 올까? '짹짹' '딸깍' 동물 언어 번역해요
입력 : 2025.06.24 03:30
동물 언어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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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진봉기
인공지능이 동물 소리 학습해 해석
최근 과학자들은 동물의 고유한 소리를 모으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이를 해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동물 언어 데이터를 학습해 그 안에 숨겨진 '문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런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영국의 제러미 콜러 재단과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교는 작년 '콜러 두리틀 챌린지'를 시작했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동물의 언어 해석에 획기적인 성과를 낸 연구자에게 최대 1000만달러(약 138억원) 투자를 약속한 것이죠. 목표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양방향 의사소통'을 실현하는 것이랍니다.
고래 언어를 해독하라
현재까지 세계에서 진행 중인 동물 언어 해독 연구는 주로 고래류에게 집중되어 있어요. 왜일까요? 고래류는 사람처럼 다른 고래의 소리를 따라 하면서 배우고, 길고 복잡한 소리를 나열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이에요.
지난달 콜러 두리틀 챌린지에서 라엘라 사이히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연구팀이 첫 연례상(격려상) 수상자로 선정됐어요. 대상 기준엔 미치지 못했지만, 연구 성과가 인정돼 10만달러를 받았죠. 연구팀은 40년 동안 미국 플로리다주 인근 바다에 사는 병코돌고래 170마리에게 수중 마이크를 부착해 소리를 녹음한 뒤 의미를 분석했어요. 병코돌고래는 수십 가지의 휘파람 소리로 서로를 부르며 소통합니다. 녹음한 소리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결과, 다양한 소리 중 절반은 동료를 식별하는 '이름' 역할을 했고, 나머지 소리는 경고 신호 등 다양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예를 들어, 특정 휘파람 소리를 들은 병코돌고래는 갑자기 도망가는 행동을 보였어요. 이 휘파람 소리가 일종의 '위험 경고' 신호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또 갑자기 장애물을 만나는 등의 상황에서는 평소보다 큰 소리로 휘파람을 내기도 했는데, 이 역시 특정한 의미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요. 연구팀은 앞으로 돌고래 '어휘 목록'을 만들어 각 소리가 어떤 뜻을 갖고 있는지 탐구할 계획입니다.
향유고래는 아주 독특한 소리로 의사소통을 합니다. 바로 컴퓨터 마우스 클릭 소리와 비슷한 '딸깍' 소리를 내는 것인데요. 이 소리는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수십 번 반복돼요. 마치 모스부호 같죠. 향유고래는 이 소리로 동료들과 소통을 하는데, 지금까지 관찰된 소리 패턴만 21가지라고 해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고래 번역 이니셔티브 프로젝트(CETI) 연구팀은 동카리브해에 사는 향유고래 60마리에게 마이크를 부착하고 4년간 '딸깍' 소리를 녹음했어요. 연구팀은 향유고래가 이 소리를 조합해 일정한 규칙을 따라 자신들만의 언어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했습니다.
향유고래가 내는 '딸깍' 소리는 총 21가지였지만, 고래들은 여기에 리듬이나 박자를 바꾸는 방식으로 300개가 넘는 소리 패턴을 만들어냈어요. 또 추임새 같은 소리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고래가 다른 고래를 만났을 때 '딸깍' 소리 앞뒤에 또 다른 짧은 소리를 덧붙이는 것이 관찰됐어요. 연구팀은 이 소리가 마치 "이제 네가 말할 차례야"라고 신호를 주는 것처럼 기능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름 부르며 소통하는 동물들
올해 콜러 두리틀 챌린지 결선에는 세 팀이 더 진출했어요. 이들은 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답니다.
먼저 독일의 막스플랑크 생물지능연구소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를 분석했어요. 연구진은 새가 내는 소리를 음절 단위로 나누고, 그 파형을 분석해 특정한 규칙을 찾아냈습니다. 연구팀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새의 언어를 해독할 계획이라고 해요.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데이비드 오메르 교수팀은 마모셋원숭이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며 소통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마모셋원숭이는 '피콜(Phee calls)'이라는 고음의 짹짹거리는 소리로 소통하는데요. 이는 돌고래나 코끼리에게서만 관찰되던 행동이었어요. 이를 통해 포유류 중에서도 이름을 불러 의사소통하는 동물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죠.
소리뿐 아니라 행동으로 소통하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어요. 파리 고등사범학교의 페터 네리 박사 연구팀은 갑오징어가 팔을 움직여 서로 의사소통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갑오징어는 팔을 위로 들어 올리거나, 좌우 대칭으로 벌리는 등의 동작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촬영해 다른 갑오징어에게 보여주자 같은 동작으로 반응했다고 합니다. 특정한 팔 동작의 의미를 이해하고 응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고양이 언어 번역 앱도 등장
이미 세상에는 '동물 번역기'가 있어요. 2020년에는 고양이가 내는 울음소리를 상황별로 해석해주는 앱 '미야오톡(MeowTalk)'이 등장했죠. 이 앱은 휴대전화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려주면, 인공지능이 '배고파요' '행복해요' 같은 문장으로 번역해주는 방식이에요. 다양한 고양이 울음소리를 수집하고 학습시켜 얻은 결과지요.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더 정교해지면 이런 번역기의 정확도가 높아져 결국 사람과 동물이 진짜로 소통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