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왜 사람들은 카페에서 일을 할까? 공간이 변하니 생활도 달라져요
입력 : 2025.06.23 03:30
집에 들어온 인문학
사람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가 의식주(衣食住)입니다. 몸을 보호하며 예의를 갖추기 위해 옷을 지어 입습니다. 몸을 움직일 에너지를 얻기 위해 밥을 지어 먹습니다. 안전하고 안락하게 살아가기 위한 집을 짓습니다. 인류의 문명은 옷과 밥, 집에서 시작됐습니다.
건축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건축을 단순히 구조물에 관한 기술로 보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건물에 대한 지식보다도 건축의 역사·사회적 의미를 더 많이 배웠다고 말합니다. 건축은 공학이기도 하지만 예술적 측면도 있고 사회 현상이자 흐름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1964년 서울에 마포아파트가 등장하며 우리나라에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렸습니다. 복도식 구조에 13~24평 규모의 1세대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섰지요. 1970~90년대에는 여의도와 반포, 잠실, 상계동 등 서울뿐 아니라 일산, 분당 같은 신도시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더 넓고 높은 2세대 아파트들이 등장했습니다.
3세대 아파트는 초고층에 넓은 평수, 저층부에 상업 시설이 결합된 주상 복합형입니다. 이렇게 아파트라는 주거 형태가 급속도로 발달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성장에 따라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주택이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예전 같지 않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금은 예전처럼 주거 공간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인구 변화와 주거 형태의 변화는 거리 풍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제 주택가 골목길에도 카페가 들어서 있습니다.
사람들의 생활 패턴도 달라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집에서 해야 했을 일을 굳이 집 밖으로 나와 카페에서 합니다. 배경이 무엇일까요? 4~5인 가구가 일반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1~2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가구당 주택 면적이 차츰 작아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좁고 답답한 곳에서 혼자 살다 보니 하루 중 잠시라도 햇빛이 잘 드는 넓고 쾌적한 곳에서, 비록 혼자 차 마시고 책 읽는 사소한 일일지라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집니다."
저자가 묻습니다. 건물은 그저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에 불과할까요? 집은 그저 잠만 자는 곳에 불과할까요? 만일 그렇다면 우리의 삶도 그저 먹고 자는 행동의 연속에 지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집과 건물에 대해 성찰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성찰을 강조하며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건축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움직임, 역사적·경제적 흐름과 관련돼 있습니다. 건축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의 시야를 넓히는 것, 나아가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공부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