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누군가를 내 뜻대로 바꾸려는 마음… 사랑일까요? 아니면 집착일까요?
입력 : 2025.06.19 03:30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지음|박병덕 옮김|출판사 민음사|가격 8000원
헤르만 헤세 지음|박병덕 옮김|출판사 민음사|가격 8000원
부처의 전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부처와는 다른 길을 걸은 한 청년, '싯다르타'의 이야기입니다.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 계층으로 태어난 그는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어느 날부터 알 수 없는 갈증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예배를 드리고 브라만교 경전을 공부할수록 오히려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허함은 깊어져만 가지요. 결국 싯다르타는 절친한 친구 고빈다와 함께 수행을 떠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성자 고타마의 명성을 듣고 그를 찾아갑니다. 고빈다는 그의 가르침에 감명받아 고타마의 제자가 되지만, 싯다르타는 다른 길을 택합니다. 그 역시 고타마의 설법에 감동했지만, 그 가르침은 어디까지나 고타마가 자신의 삶을 통해 얻은 진리였지요. 싯다르타는 생각합니다. 남이 깨달은 진리는 남의 것일 뿐, 나는 나만의 삶을 통해 진리를 찾아야 한다고요.
이후 그는 자신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합니다. 세속적인 삶으로 돌아간 그는 아름다운 여인 카말라를 만나 사랑을 배우고, 장사를 하며 돈 버는 법도 익히죠. 처음엔 새로운 삶이 재밌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는 도박과 술, 향락에 빠지며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절망하게 됩니다. 그는 강가로 가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지요.
그곳에서 싯다르타는 뱃사공 바수데바를 만나게 됩니다. 강물이 흐르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며 살아가는 바수데바는 싯다르타에게 또 하나의 삶의 지혜를 가르쳐줍니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강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싯다르타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죠.
이후 싯다르타는 우연히 카말라와 재회하고, 그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돌보게 됩니다. 하지만 아들은 끝내 아버지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집을 떠나버립니다. 싯다르타는 아들을 붙잡기 위해 애써 보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그는 이를 통해 아무리 진심을 다해도 타인의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집착'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바꾸려 했던 마음. 애정이자 책임이라 여겼던 것이 사실은 상대를 소유하려는 욕망이었음을 깨닫지요. 집착을 놓는다는 건 감정을 없앤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음을 다하되, 얽매이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시간이 흘러 싯다르타는 마침내 고빈다와 재회합니다. 고빈다는 여전히 진리를 찾아 방황하고 있었고, 싯다르타는 자신의 깨달음을 전하려 하지요. 하지만 싯다르타는 곧 그 깨달음을 말로는 전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미소 속에서, 고빈다는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리를 마주하게 됩니다.
삶에서 겪는 고통과 방황, 실패와 깨달음은 결국 모두 나만의 길 위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이라는 사실. 이 단순하지만 깊은 메시지는 시간이 흘러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하고 다잡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