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바다 밑바닥서 식물처럼 흔들흔들… 지나가는 물고기 덥석 잡아먹죠
입력 : 2025.06.18 03:30
| 수정 : 2025.06.18 04:30
정원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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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흙바닥에 몸 일부를 파묻고 있는 정원장어. /위키피디아
이 물고기의 이름은 정원장어(garden eel)랍니다. 보통 한 마리가 아니라 수백·수천 마리씩 모여 살아가는데요. 이 광경을 멀리서 보면 마치 정원에 심어놓은 꽃이나 나무처럼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잠수 장비를 하고 수중 탐사를 하는 스쿠버다이빙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1950년대에야 존재가 확인된 물고기예요.
이름처럼 뱀장어의 한 무리예요. 뱀장어 중에는 몸길이가 3m에 이르는 커다란 종류들도 있는데요. 정원장어는 다 자란 몸길이가 30~50㎝에 불과하고 몸통 굵기도 1.3㎝ 정도라 뱀장어 무리 중에선 아주 작은 편이에요. 동남아시아와 인도·호주·동아프리카 주변 바다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데 주로 수심 150m쯤 되고 산호초가 많은 바다에서 많이 볼 수 있어요. 정원장어는 다른 뱀장어들과 비교해 얼굴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커요. 살아가는 지역에 따라서 몸의 무늬가 제각각인데 대개는 화려하고 멋진 빛깔을 하고 있죠. 이런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수족관에서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물고기랍니다.
전 세계의 뱀장어 무리들은 주변 환경에 맞게 다양하게 몸의 형태를 진화시켜 왔어요. 잘 알려진 대로 강과 바다를 오가면서 번식을 하는 뱀장어가 있고요. 산호초 사이 동굴에 터를 잡고 사냥하며 살아가는 곰치가 있죠. 수심 3000~5000m의 심해에는 엄청난 수압에 맞춰 흐물흐물한 생김새를 하고 있는 풍선장어·펠리컨장어가 있어요.
정원장어가 바닥에 몸을 고정시키고 물살에 몸을 맡기며 살아가는 것 역시 주변 환경에 적응한 결과랍니다. 천적이 나타날 경우 재빨리 바닥에 몸을 파묻을 수 있거든요. 정원장어의 꼬리는 아주 튼튼한 근육질로 돼 있어요. 이 꼬리를 힘껏 움직여 구멍을 낸답니다. 그리고 왕방울만 한 눈을 치켜뜨고 앞을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 떠다니는 물고기 알, 혹은 동물성 플랑크톤이 보이면 덥석 잡아먹죠. 정원장어는 수많은 개체가 무리를 지어 살지만 서로에겐 관여하지 않는 개인적인 성격이래요.
이런 습성에 변화가 생기는 건 번식 철이 되면서부터랍니다. 이때가 되면 암컷과 수컷은 자석에 이끌리듯 서로 가까운 곳에 구멍을 파고 이웃이 된답니다. 그리고 각자 몸의 아랫부분은 바닥에 고정시킨 채 몸의 윗부분을 서로 꽈배기처럼 얽으려고 해요. 이 과정을 통해 알을 낳고 수정을 하는데요. 새끼는 여느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물속을 헤엄쳐 다니다 바닥에 구멍을 팔 수 있을 정도로 꼬리가 튼튼하게 자라면 비로소 바닥으로 내려와 '고정 생활'을 시작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