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인공위성으로 붐비는 우주… 위성 간 충돌 막는 방법은?
입력 : 2025.06.17 03:30
위성 충돌 방지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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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진봉기
위성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과학자들은 '지구 저궤도(LEO·Low Earth Orbit)'가 마치 출퇴근 시간의 도로처럼 붐비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구 저궤도는 지상 약 160㎞에서 2000㎞ 사이의 공간으로, 통신·기상·관측 위성의 상당수가 이 구간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상과 거리가 가까운 만큼, 위성과 지상 간 신호가 빠르게 전달되기 때문이지요.
현재 지구 궤도를 돌며 활동 중인 인공위성은 약 1만개인데, 앞으로 수만 개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위성 정체'나 '우주 교통사고' 같은 말도 단순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대비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요.
왜 이렇게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릴까?
그렇다면 왜 인류는 이렇게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내비게이션, 일기 예보, 통신, 방송 등 수많은 현대 기술이 위성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어디서든 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저궤도 통신 위성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X는 4만개 이상의 소형 위성을 배치해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스타링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위성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문제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바로 위성 간 충돌 사고입니다. 마치 도로에 자동차가 너무 많으면 사고 위험이 커지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위성 충돌은 자동차 사고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위성이 충돌하면 수천 개의 작은 파편이 생기고, 이 파편들은 또 다른 위성이나 우주선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구 저궤도가 우주 파편으로 뒤덮여 위성 운영과 신규 위성 발사가 어려워지는 거죠.
최첨단 기술로 충돌 위험 분석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일부 위성은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으로 자율적으로 충돌 위험을 분석하고 회피하지만, 대부분은 지상 관제소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충돌 가능성을 판단합니다. 위성은 자신의 위치와 속도를 지상에 있는 관제소에 계속 전송하고, 관제소는 이를 바탕으로 위성이 앞으로 어떤 경로를 지나갈지 예측하죠.
만약 두 위성이 일정 거리 이하로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되면 '충돌 위험' 경고를 띄우고, 위성이 어떤 방향으로 피해야 하는지를 결정합니다. 대부분의 위성은 지상에서 명령을 받아 충돌하지 않도록 궤도를 조정하지요. 궤도 조정에는 위성에 내장된 소형 추진 장치가 사용됩니다. 수십~수백m만 이동해도 충돌을 피할 수 있답니다.
이렇게 충돌 위험을 피한 다음에는 위성이 원래 임무를 수행하던 궤도로 복귀해도 되는지 살펴보고, 필요시 추가 조정을 합니다. 이 체계를 충돌 회피 시스템(CAS· Collision Avoidance System)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먼 우주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제어하는 게 말처럼 쉽진 않지요. 그래서 최근엔 충돌 회피 기술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추세랍니다. 수천, 수만 개 위성이 동시에 궤도를 돌고 있는 시대에는 사람이 하나하나 수동으로 조정하는 게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수명이 다한 위성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위성이 우주에 그대로 떠 있으면 '우주 쓰레기'가 되어 다른 위성에 큰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상에서 가까운 궤도를 도는 저궤도 위성은 수명이 다하면 소형 추진 장치 등을 이용해 고도를 낮춰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게 합니다. 대기 마찰열에 의해 위성이 소각되도록 설계된 것이지요.
반면 지구 중심에서 약 3만6000㎞ 상공의 원형 궤도를 도는 위성인 '정지궤도 위성'은 다른 방법을 이용합니다. 이 궤도에서는 위성의 공전 주기가 지구의 자전 주기와 같아 항상 지구의 같은 지점을 향해요. 따라서 기상 관측이나 통신에 유리하지만, 저궤도 위성에 비해 전파 전송 시간이 길어 실시간 통신에는 일부 제한이 있죠. 높은 고도의 정지궤도 위성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명이 다한 위성은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는 '무덤 궤도'로 올려 보냅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위성들이 모여 있는 일종의 '우주 고철장'이지요.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민간 기관이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답니다.
비행기에도 충돌 방지 시스템 있죠
위성이 사용하는 충돌 방지 시스템은 사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비행기도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요.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하늘에는 동시에 2만대가 넘는 비행기가 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비행기가 충돌 사고 없이 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비행기의 '공중 충돌 방지 장치(TCAS·Traffic Collision Avoidance System)' 덕분이에요. 비행기에 탑재된 무선응답기(트랜스폰더)가 항공기의 고도와 속도, 위치 정보 등을 주변 비행기에 자동 송신하는 시스템이에요.
TCAS는 다른 비행기와의 거리를 실시간으로 계산해서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조종사에게 "상승하세요!" 또는 "하강하세요!"라고 지시합니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인공위성과 달리, TCAS는 주변 항공기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방향을 조율하는 양방향 시스템입니다. 최종 판단도 조종사가 내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