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남이 상처주는 말을 받아치지 말라… 내 내면을 응시하면 화는 사라진다"

입력 : 2025.06.16 04:39
[재밌다, 이 책!] "남이 상처주는 말을 받아치지 말라… 내 내면을 응시하면 화는 사라진다"
초역 부처의 말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박재현 옮김|출판사 포레스트북스|가격 1만7800원

인기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씨가 추천하면서 지난해 출간 후 인기가 '역주행'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종교 서적이에요. 도쿄대 출신 승려가 썼지요.

불교는 종교이고 부처의 말과 가르침을 담은 불경은 종교 경전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지만 세계 각지에 많은 신자가 있는 대표적인 종교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입니다. 부처의 말은 다른 종교의 신자나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요? 불경이나 기독교의 성서는 특정 종교를 뛰어넘어 지친 삶을 위로해주고, 보편적 삶의 지혜를 누구에게나 전해주지요.

책 제목에 '초역'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뽑을 초(抄), 번역할 역(譯) 자를 쓰지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뽑아 번역했다는 뜻입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삶의 지침이 될 수 있는 부처의 말을 옮겼다는 것입니다. 옛 경전에는 부처를 신격화하거나 위대한 종교의 시초자로 추앙하는 말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저자는 그런 부분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부처를 떠받드는 것보다 부처의 메시지를 어떻게 실천한 것인가를 중요하게 봤기 때문입니다.

부처의 가르침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리 마음은 크게 고통스럽습니다. 부처가 '법구경'에서 말합니다. "원하고 갖고 싶다는 끝없는 갈애(渴愛·매우 좋아함)의 저주에서 벗어난다면, 당신의 마음은 그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만족을 모르는 집착이야말로 강력한 속박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속박을 끊어낸 자는 이러길 원한다, 저러길 원한다는 욕망에서 자유롭습니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쉽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히는 말을 할 때도 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그런 경우가 더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부처가 말합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고 상처를 입었다 해도 결코 가시 돋친 말로 받아치지 마세요. 자기 내면을 응시하고 있을 당신에게, 타인과 대적하는 것 따윈 정말로 불필요한 일이니까요."

다른 사람의 말에 내 기분이 좌우되고 급기야 그 말을 한 사람을 적대시한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 말에 휘둘린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화가 나려는 순간 자기 내면을 '응시'해 보세요. 그 순간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가만히 되살핀다면, 화내는 게 어리석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나만 손해'라는 것이지요.

고대 인도의 신분제에서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교의 사제가 "나의 종교를 그만두고 제자가 되고 싶다"고 찾아왔습니다. 부처가 답했습니다. "당신은 사제로서 신자들에게 의식을 올리는 종교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버리고 내게 온다면 무책임한 것이니, 지금대로 일을 하면서 쉴 때 내게 명상을 배우러 오면 좋겠습니다." 부처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다른 종교를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가장 오래된 종교 간 평화의 메시지입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