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구엘 궁전… 가우디 건축물에 숨은 수학의 비밀

입력 : 2025.06.12 03:30 | 수정 : 2025.06.12 04:54
[재밌다, 이 책!]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구엘 궁전… 가우디 건축물에 숨은 수학의 비밀
수학이 보이는 가우디 건축 여행

문태선 지음|신현용 감수|출판사 궁리|가격 1만6800원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에서 가장 사랑받는 관광지입니다. 특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 '바트요 주택(카사 바트요)' '밀라 주택'(카사 밀라) '구엘 궁전'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이 밀집해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곳이지요. 그런데 이 건물들을 포함해서 바르셀로나에 있는 세계유산 가운데 무려 일곱 곳이 한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바로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입니다. 매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그의 독특한 건축 세계를 직접 보기 위해 바르셀로나를 찾는다고 하지요. 파도처럼 출렁이는 벽, 나뭇잎을 닮은 창문, 하늘을 향해 꿈틀대는 모양의 탑까지, 가우디는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 책은 가우디의 건축물 10곳을 하나씩 따라가며 그 속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를 발견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현직 수학 교사인 저자는 바르셀로나를 처음 방문했을 때, 가우디의 건축에서 뜻밖의 수학적 영감을 받았다고 말해요. 밀라 주택의 다락방이나 성가족 성당의 전시실이 온통 수학적 도식으로 보였기 때문이지요. 그는 이 경험에서 '건축과 수학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그에 대한 답을 책으로 풀어냈습니다.

책은 가상의 청소년 '마르코'가 가우디와 함께 일주일간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으로 구성됐습니다. 마르코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가우디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데, 대화체 형식의 전개가, 어려운 수학 이야기를 친근하게 만들어요. 예를 들어 바트요 주택에서는 천장의 소용돌이 무늬를 보고 '로그 나선'을 탐구합니다. 일정한 폭으로 늘어나는 '아르키메데스 나선'과 달리 로그 나선은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는데, 이론상 무한히 확장 가능한 형태입니다. 작게는 달팽이 껍데기부터 크게는 태풍과 은하가 모두 로그 나선으로 이뤄져 있지요.

책은 이뿐만 아니라 눈길을 끄는 주제로 가득합니다. 곡선과 타원만으로 이루어진 구엘 궁전의 돔을 만들기 위해 가우디는 어떤 작도법을 사용했는지, 밀라 주택의 외벽은 어떻게 물결치는 모양의 곡선으로 지어질 수 있었는지, 성가족 성당엔 어떤 기하학적 비밀이 숨어있는지 등이죠. 가우디는 건축이라는 인공물에 자연의 법칙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는 자연의 구조물 대부분이 직선이 아닌 곡선이나 기하학적 곡면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에 주목했어요. 나무·동물 뼈·꿀벌 집·파도·구름 등 자연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가우디는 이런 자연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어, 건축도 생명력을 지닌 유기체처럼 조화롭고 자연스럽게 설계하고자 했습니다.

이 책은 일상과 예술 속 곳곳에 녹아 있는 수학 원리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가우디는 "건축가의 언어는 기하학이다" "자연에는 직각이 없다"와 같은 말을 남겼는데, 책을 덮을 무렵엔 그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지요.


이진혁·출판 편집자